검찰개혁 대상…검찰 일부가 아닌 대다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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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검찰개혁 대상…검찰 일부가 아닌 대다수 검사 법무부, 2000명 이상 검사의 조직적 저항을 두려워마라

기사입력2020-12-03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여러분들의 열의와 법원의 신속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직무정지 일주일 만에 대검찰청으로 출근한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공무원에게 전한 ‘감사’의 변이다.

윤석열 총장의 말을 뜯어보자. 검찰(여러분들)의 열의·열정이 없었다면, 자신이 검찰총장직에 복귀할 수 없었다. 그랬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도, 법치주의도 훼손됐다. 그런데 자신이 나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위법·부당한 처분에 맞섰다. 그 싸움에서 검찰공무원 모두가 똘똘 뭉쳐 자신을 지원했다. 그래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가득 찬 발언이다.

저간의 사정을 헤아려보면, 윤석열 총창의 자화자찬에는 나름 근거가 있다. 전국 59개 지방검찰청·지청 소속 평검사들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가 위법·부당하다고 성명을 냈다. 검찰의 고위직인 전국 고검장급 9명 중 7명, 지검장 18명 중 15명도 윤 총장에게 줄을 댔다. 법무부 소속 검사 대다수도 추미애 장관 반대편에 섰다.

검찰총장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외관만으로 보자면, 약 2300명 검사 대부분이 윤석열 총장을 성원했다. 언론환경도 다르지 않았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문·방송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절차의 흠결을 지적하며, 위법·부당한 처분이란 기사를 쏟아냈다. 검찰로부터 사찰을 당했다고 지목된 판사들,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추미애 장관이 권한을 남용했다는 주장이 대세가 됐다.

그런데 법조계 주류와 언론, 검사의 시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다른 세상이 있다. 검찰총장 직무정지 이후 몇 차례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사와 일반 국민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국민 10명 중 대략 6명은 윤석열 총장을 지지했고, 4명가량은 적법한 법집행이라고 응답했다. 윤 총장에게 손을 내민 국민이 다수였지만, 반대입장을 가진 국민 또한 적지 않았다.

반면 검사들만의 세계는 달랐다. 2200명이 훨씬 넘는 검사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총장 거취와 관련된 사소한 이견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선지 검찰조직 전체가 윤 총장의 배우자·장모,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 자체를 보려하지 않았다. 구성원 간 명령과 복종만이 통용되는 조폭집단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검찰조직, 섬뜩하기까지 하다. 법전에서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잔존하는 검사동일체 원칙. 상명하복만 허용되는 검찰의 조직문화를 근절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한걸음도 전진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

김학의 차관에 대한 성접대 사건,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BBK 사건 등 검찰권을 남용했던 검찰의 흑역사. 절대복종으로만 굴러가는 검찰의 조폭정서가 집단적으로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물이다. 전 대통령 박근혜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궤를 같이하는 십상시 사건을 덮은 것도 지금의 검찰이다. 어떤 검사가 자신을 개로 비유하면서 “우리는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고 했다지 않은가.

그럼에도 검찰은 이들 사건에 관여한 검사들에게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았다. 단죄했어야 마땅한 이들 검사를 중용하면서, 정의의 수호자란 훈장까지 달아줬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을 명분삼아 문민통제마저 거부하겠다며 행패까지 부린다. 극단적인 조직이기주의가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작태다. 여기에 극우 성향의 정당과 대다수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검찰개혁 추진세력이 입은 내상이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검란’을 거치면서 확인한 검찰의 민낯이다. 검찰개혁의 대상은 검찰조직 일부가 아니라 대다수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젠 외길 수순이고, 정면 승부뿐이다. 윤석열 총장이 전면전을 먼저 선언했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에 따라 총장직무에 복귀한 당일, “저도 여러분의 정의로운 열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향후 예정된 자신에 대한 징계처분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천명했다. 정치적 중립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공무원 모두를 정치 한 복판으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윤석열 총장 측은 30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중징계를 의결해 대통령이 재가하더라도 아무런 얘기없이 서명만 한다면, 그걸 대통령의 의사표시로 볼 수는 없다”며 “윤 총장은 위법한 처사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징계처분이라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면서 대통령까지 압박하는 오만방자함까지 보인다.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혐의사실에 합당한 징계를 결정할 절차를 앞두고 있다. 혹여 징계양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의 생떼, 윤 총장이 동원한 2000명 이상의 검사, 극우 성향 정당과 언론의 궤변·억지를 고려할까봐, 한 마디만 덧붙인다. 검찰개혁 그만 두겠다면, 그렇게 해라.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