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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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사회문제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외면하고 있다 엉뚱하게 이념 공세로 표류…21대 국회에선 사회적경제 3법 제정을

기사입력2020-12-04 18:4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제정이 불발됐던 사회적경제 3법이 21대 국회에서도 제대로된 논의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배치된다는 그릇된 오해가 법제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회적경제 3법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가치기본법’, ‘사회적경제 기업제품 판로지원법’ 등 사회적경제 관련 3법을 말한다.

특히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사회적경제 원리에 대한 국가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등 개별법령과 지자체 조례를 재정비하는 틀이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공공과 민간 영역으로 확산하는 촉매제 역할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며, 시급하게 제정이 필요한 법안이다.

사회적경제 아우르는 기본법 부재…개념 정립 안돼

사회적경제는 일반적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재와화 용역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사회적경제는 자생적으로 조직돼 성장해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뒤늦게 도입돼 정부 주도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탄생하고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 도시문제 해결, 환경문제 해결 등 넓은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일부 시스템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 등에서 벤치마킹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사회적경제를 아우르는 기본법이 없다. 사회적경제의 개념이나 원리, 제도 등이 법적으로 확립돼 있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경제 입법과 법률을 지원하는 법무법인 더함의 이경호 대표 변호사는, 최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유튜브 방송에서 사회적경제가 공공영역과 시장영역, 또 정부와 비정부조직 사이에서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의 법체계는 영리와 비영리를 너무 엄격하게 구분하고 이어 사회적경제라는 하이브리드영역에서 발생하는 법률 이슈를 다 담아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사회적경제 조직에 따라 협동조합(기재부), 자활기업(복지부),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등 부처간 중복투자가 이뤄져 정부재원의 낭비를 막고, 민간 입장에서도 업무부담을 줄이는 통합된 기본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책결정권자가 바뀌면 사회적경제에 관한 육성과 지원 정책 또한 축소되거나 사라질 우려도 있어 기본법을 제정해 법률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때 여야 합의했던 법안…이념 공세로 외면받아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한때 여야 의원들이 필요하다고 발의했던 법안이다. 2014년 4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공청회를 열고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를 법률 용어로서 채택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계륜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 등이 사회적기본법을 각각 발의하면서 여야 모두 입법에 동의한 초당파적인 법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안 심사과정에서 사회주의 경제법이라는 이념 공세가 나오면서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강병원 의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이 발의했지만 이념 공세와 무관심, 보수진영의 반대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재발의 돼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사회적경제 3법 제정에 큰 기대를 모았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며 대통령 직속 사회적경제위원회가 신설되기도 했지만, 4년간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경호 변호사는 “보수진영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당헌에 배치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며, “사회적경제를 이념적 차원의 의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혁신을 이룰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가 말하는 사회는 국가영역이나 시장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중간영역에 해당하고, 이 영역에서 국가와 시장이 실패했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사회적기본법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3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