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일을 하든, 사람 차별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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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어떤 종류의 일을 하든, 사람 차별해선 안된다 배달기사 상대 갑질, 부끄럽다…감정노동자 보호법 확대 논의 필요

기사입력2021-02-05 00:00

배달기사에 대한 갑질이 도를 넘어섰다. 우리 사회가 일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대해 왔는지, 돌이켜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거워진다. 소비자 스스로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확대와 같은 제도적 보완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발생한 배달기사에 대한 폭언 사건은 학원측의 공식사과 입장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종합하면, 모 학원의 직원이 주소를 잘못 써 배달기사가 두 번 배달을 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추가 배달비를 요구하자 배달기사를 비하하는 언행을 한 사건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해당 학원측은 이미 퇴사한 직원의 일탈이라면서도,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배달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도 학원에 대한 지나친 공격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제의 퇴사한 직원에게 직접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을 했겠느냐는 취지의 폭언에서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 없고, 일에 대한 멸시만 보인다. 일을 멸시하는 마음이 있으니 일하는 사람을 낮춰 보고 갑질을 자행했을 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2일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 아파트, 빌딩 문제 해결 요구 및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이례적인 일이 아니어서 더욱 문제다. 수년 전에도 택배기사를 둘러싼 아파트단지의 갑질 논란이 심각했다. 지상에 차량 출입을 막으면서, 택배와 우편 노동자들이 걸어서 배달해야 했다. 결국 많은 단지들이 택배와 우편 등은 예외적으로 지상출입을 허용하거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배달기사들은 아직도 단지 안을 걸어서 배달하는 일이 적지 않다.

배달기사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만을 이용하게 하거나, 오토바이 헬멧을 쓰지 말라는 등 아파트 입주민 단체들이 상식 밖의 요구를 하는 일도 빈번하다. 급기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가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갑질아파트 76곳과 갑질빌딩 7곳을 지목하며 진정을 냈다. 고급아파트에서 이런 행각이 더 심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기사에도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는 등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에게 고객응대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폭언 등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을 의미한다. 적용의 필요성이 명확해 보이며, 배달 등 업무 특성에 맞는 보호조치를 추가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보호조치와 제도에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점은 뼈아프다. 특히 아파트 입주민 단체의 상식을 벗어나는 행태는, 제도 도입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일이다. 소비자들 스스로 배달기사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최대한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배달기사가 일하기 더 편해지면 배달을 받는 소비자들 역시 마음 편해질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배달이 늘어 힘든 시기다. 상생을 위한 연대의식이 모두에게 절실한 때다.

원론적으로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야 거듭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와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건강할리 만무하다. 우리는 건강한 사회를 살며 건강하게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모두가 함께 부끄러워지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