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부당지원 알고도 SKB 수수료 대신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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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SKT, 부당지원 알고도 SKB 수수료 대신 부담 공정위, 과징금 63억 부과…“SKB 경쟁우위, SKT 영향력·자금력에 기반”

기사입력2021-02-24 15:5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위가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IPTV 상품을 결합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3억9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지원을 한 SK텔레콤과 지원을 받은 SK브로드밴드에 각각 31억9800만원을 동일하게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 같은 거래형태가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며, 이를 SK브로드밴드와 공유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4월 티브로드와의 합병이 완료되면서 현재는 지분율이 74.34%로 낮아졌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상품과 SK브로드밴드의 IPTV 상품을 함께 결합판매하는 과정에서,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 대리점에 지급해야 하는 IPTV 판매수수료 일부를 대신 부담했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판매 건마다 정액의 판매수수료 9만원만을 SK텔레콤 대리점에 지급했고, 결합상품의 판매수수료 금액 증가와 관계없이 그 밖의 판매수수료 전액은 SK텔레콤이 모두 지급했다. 수수료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증가했지만 SK브로드밴드의 부담액은 9만원으로 변함이 없었고, SK텔레콤이 나머지 금액 모두를 부담했다.

이처럼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대신 부담한 판매수수료는 총 199억9200만원에 달했다.

◇부당지원 소지…SKT·SKB 양사 모두 인지=양사는 2016년 전후 부당지원 문제가 외부에 노출될 우려가 발생하자 사후정산 방식으로 판매수수료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으나, 실질적으로 비용분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는 2016년과 2017년에 약 109억원의 비용을 분담했으나,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에게 광고매출 약 99억원을 올려줘 SK브로드밴드의 손실을 보전했다.

2018년과 2019년은 사후정산을 진행하지 않았으나, 2020년 11월 공정위가 이 사건을 안건상정하자 뒤늦게 사후정산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당시 SK브로드밴드는 차입금 부담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손익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판매수수료에 사용할 자금상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에게 현재의 거래구조를 유지할 경우 부당지원 위험이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내부자료에는 “IPTV 판매 관련 SKB에 대한 부당지원 이슈”, “유치비용을 지원한다면 ‘부당지원’ 소지가 있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을 경우, 자회사 부당지원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의 Risk 존재”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SKB 경쟁우위, SKT 영향력과 자금력에 기반”=공정위는 SK텔레콤의 지원으로 인해 SK브로드밴드가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경쟁 우위효과의 상당부분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지닌 영향력과 자금력에 기반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자금지원과 함께 SK텔레콤은 IPTV 위탁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IPTV 판매를 자신의 조직평가 지표에 포함하는 등 IPTV 판매에 직접 관여했고, 그 결과 SK텔레콤 대리점을 통한 IPTV 판매량은 2019년 기준 SK브로드밴드 전체 IPTV 판매량의 약 49%에 달할 정도로 가입자 확보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SK브로드밴드 IPTV상품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10.6%에서 2019년 18.6%로 큰 성장을 이뤘다. 영업이익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연속 적자였으나, 2016년 흑자로 돌아선 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9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에 대해 “대기업집단이 1위 사업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시장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계열사가 속한 다른 시장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경쟁방법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강화한 사례를 제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부에서 확인이 어려운 계열사 간 공통비 분담에 대해 서비스별 기대수익(ARPU)에 따른 비용배분 방식을 통해 정상가를 산정해서 계열사 간 자금지원의 부당성을 밝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