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투기 의혹…진상규명·일벌백계 촉구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LH 직원 투기 의혹…진상규명·일벌백계 촉구 공적 업무 수행자의 상식 밖 사익추구는 부정부패 그 자체

기사입력2021-03-04 13:14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3일 지시했다. 당연한 조치다. 공적 업무 수행자가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상식 밖의 사익추구 행위를 한 것은 부정부패 그 자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

앞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공개했다. 보상을 노리고 나무를 심거나 토지를 분할한 등의 정황도 확인됐다. 두 단체는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가능성이 높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의혹은 하루만에 사실로 밝혀졌다. 3일 국토교통부와 LH는 자체조사 결과, LH 직원 13인이 광명·시흥 신도시 12개 필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직원들에 대해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2020년이라는 특정 기간 내에 13명이 토지를 매입한데다 직원들이 토지의 공동소유자로 확인되는 등의 정황을 보면, 그저 우연일 리는 만무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58억이나 대출을 받아서 이자부담도 상당한데 100억을 투자한 걸 보면 어느 정도 개발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투자를 하게 되면 반드시 개발지역이 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투자했다고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안에 대해 제보를 받고,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의 이름을 LH 직원명단과 대조하면서 의혹의 실체를 확인했다. 확인되지 않은 차명거래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 당당하게 실명으로 거래한 사례가 13명이나 확인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사자들 사이에서 부정행위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는 의미로 읽히는데, 혹 LH 내에서 이같은 행위가 그동안 만연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LH는 4일 뒤늦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파악된 직원 13명에 대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수사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와 추가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부서 직원·가족의 지구내 토지 소유여부 전수조사를 통해 미신고 및 위법·부당한 토지거래가 확인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며, 지금까지 이런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비슷한 사례로, 주식시장에서 임원의 자사주 거래는 공시대상으로 전국민이 알 수 있다.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규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처벌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투명한 안전장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대통령 지시로 총리실이 나서서 직접 조사를 지휘한다니, 투명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모두 조속히 이뤄지길 다시한번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