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공급기업…스스로 고객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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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스스로 고객을 찾아라 정부 지원하는 생태계에서 나쁜 ‘습관’ 자라…“지원 끊기면 흔들”

기사입력2021-08-04 00:00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ㅣ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10년 후, 지금 활동하는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의 70~80%는 사라질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가슴이 철렁하고 질색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실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만 바라보고 수주하고 돈을 버는 기업들이 적어도 1400여개 활동 중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지원사업이 끊기면 어떻게 될까? 이들 기업의 대응방법 하나는 스스로 국내시장에서 솔루션을 공급할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객을 찾아 해외로 나가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첫번째 대응방법인 국내시장에서 고객을 찾는 일은 무척 고단한 일일 것 같다. 현재 활동하는 1400여개 공급기업이 참여하는 시장은 대부분 정부가 지원금을 주어서 만든 곳이다. 또 다른 국내 수요인 대기업 스마트공장 수요는 1400여개 공급기업들에게 대개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을 상대로 그들의 요구조건을 맞출 솔루션 기술이나 컨설팅 서비스 능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안타깝지만, 스마트공장 수요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곳은 대기업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이란 곳도 스마트공장 활동에 1억원 정도 투자하는데 주저하는 것을 자주 본다. 자발적 투자 여력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간 수도 없이 입증된 ‘스마트공장’으로 살아 남기 위해 투자하는 것인데, 어쩌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투자 마인드가 이 지경이 됐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재무 상황과 같은 투자 여건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시장에 뿌리 내린 나쁜 ‘습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간 정부에서 돈을 뿌리며 ‘스마트공장’ 사업을 지원하는 등 늘 정부가 앞장서서 ‘스마트제조’란 혁신을 주도해 오는 사이 나쁜 ‘습관’도 자라났다.

이에 익숙한 기업들, 또 그런 기회를 이용해서 혁신활동을 했던 제조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혁신을 계속 할 생각을 점차 할수 없게 됐다. 그래서 주변에는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면 스스로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 말하는 이도 많다. 습관이란 것이 이처럼 무섭다.

지금처럼 연간 5000여개의 사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상황일 때는 모든 공급기업이 정말 살만했다. 쉽사리 일거리를 찾을 수 있었고 조금 엉터리로 납품해도 대충 인정해 주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될까?<이미지=이미지투데이>

중견제조기업 중에는 자신의 돈을 써서 혁신을 이어가는 회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업은 자신들이 마련한 피 같은 투자비를 활용하기에 ‘공급기업’을 선정하는데 매우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만 선택하는 것이다. 공급기업 입장에서도 적당히 대응할 수 없다. 자신들을 선택한 고객의 요구조건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제안하며, 그들이 만족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간 정부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시장에서는 그 정도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공급기업’이 어느 정도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상황이 바뀔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공급기업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도 재무적으로 취약한 솔루션 공급기업이 많다. 이들은 당장 직원 한 두명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 그렇기에 정부 지원사업이 줄어들거나 끊기면 회사 문을 닫는 모습이 자주 나타날 것이다.

지금처럼 연간 5000여개의 사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상황일 때는 모든 공급기업이 정말 살만했다. 쉽사리 일거리를 찾을 수 있었고 조금 엉터리로 납품해도 대충 인정해 주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될까?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의 스마트공장 시장은 정부가 나서서 시장비용은 물론 가격체계도 만들어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 정부는 정책도 정하고, 그에 따라 여러 규제도 정했다. 지원금액이 정해져 있으니 공급가격도 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생태계의 ‘수요기업’이나 ‘공급기업’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면서 나쁜 ‘습관’도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안타깝지만 공급기업은 ‘차별화된 기술’이나 ‘서비스 역량’을 개발하거나 발휘할 수도 없었다. 그런 능력이 있어도 시장가격이 정해진 상황에서는 별도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한국 스마트공장 시장은 튀기 원하는 공급기업에겐 돈 안되고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 하는 ‘레드오션’일 뿐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 온 공급기업이 앞으로 변신할 시간은 대략 5~10년으로 보인다. 아무리 노력해도 1400여개가 넘은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의 70~80%는 문을 닫거나 누군가에게 흡수합병을 당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과 같은 특이한 시장구조에서도 20%의 공급기업이 80%의 시장에서 일거리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80%는 짐을 쌀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