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베르제르의 편견과 착취를 얘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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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폴리 베르제르의 편견과 착취를 얘기하지 않았다 마네가 그린 카바레 ‘폴리 베르제르’의 불편한 진실㊤

기사입력2021-08-12 10:18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카바레 ‘폴리 베르제르’의 불편한 진실㊤

19세기 프랑스 파리에는 예술가나 정치인, 연예인 등 당시 사교계의 일원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있었다. 술과 음악이 있고, 다양한 공연과 서커스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던 유흥의 장소. 연간 50만명이 드나들었다고 알려진 곳. 바로 ‘폴리 베르제르(Folies Bergère)’다.

이곳은 1869년 개장한 이래, 사치와 향락이 가득한 곳으로 성장했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는 이곳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를 주인공으로 대작 한 점을 남겼다. 그가 1882년에 완성한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Un bar aux Folies Bergère)’이 이 작품이다. 마네의 대표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웨이트리스 뿐만 아니라, 반짝이는 술병과 잔, 꽃과 과일, 그리고 거울에 비친 넓고 혼잡한 폴리 베르제르의 광경이 그려져 있다.

방탕한 시대를 상징하는 폴리 베르제르. 유흥으로 넘쳐나던 곳. 그곳에 향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착취가 그곳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었다.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마네는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을 완성한 후, 1년 정도 뒤인 1883년 봄에 파시 공원묘역에 잠들었다. 그의 나이 51세로, 화가로 활동한 지 스무해 남짓 되었을 때였다.

마네는 40대 중반부터 건강이 나빠졌고, 1881년부터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다리에 심한 통증과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1882년에 그는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을 그렸다. 이 작품은 ‘살롱’전에 전시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물론 마네는 폴리 베르제르에 직접 방문해, 그곳을 스케치하거나 그린 것은 아니다. 그는 그곳에 더는 갈 수 없었다.

젊을 때는 몇 시간이고 바에 앉아 스케치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그 당시에는 걷기도 힘들고, 손에 마비가 와서 붓조차도 제대로 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곳을 찾아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였다.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Un bar aux Folies Bergère)’, 1882, 유화, 97×130cm.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이 쾌락의 공간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왜 그곳을 그렸을까? 젊고 건강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고통스러운 날들을 잠시라고 잊고 싶어서였을까?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그곳을 그리길 강력하게 원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화실에 폴리 베르제르를 불러올 정도로.

그는 자신의 화실에 대리석 카운터를 설치하고, 그 위에 과일과 꽃, 술 병들을 배치해 바처럼 꾸몄을 뿐만 아니라, 폴리 베르제르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던 쉬종(Suzon)을 모델로 세웠다. 그렇게 마네는 자신의 화실 한쪽을 폴리 베르제르의 바처럼 꾸미고 그곳을 그렸다.

이렇게 그려진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이 공개됐을 때, 원근법이나 구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웨이트리스의 표정 등에 관해 논란이 많았다. 마네의 입체감과 공간감이 약한 표현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원근법도 모르는 화가’라고도 했고, 정면을 응시하는 웨이트리스의 표정과 뒤편 배경인 거울에 비친 폴리 베르제르 광경, 술을 주문하는 어떤 남자의 모습에 관해서도 어색하다며, 여러 좋지 않은 평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