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폐지…‘셧다운제’가 남긴 사회적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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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10년 만에 폐지…‘셧다운제’가 남긴 사회적 숙제 청소년을 보호의 객체가 아닌 인격 주체로 인정하는 정책 필요

기사입력2021-09-03 10:1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는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도’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셧다운 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 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2011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2일 개최한 ‘게임셧다운제 검토를 위한 여야 정책 토론회’에서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게임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강제적 셧다운제는 우리 사회에서 제안이 이루어진 시기에 애초부터 문제의 소지와 비난의 대상을 혼돈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수면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입시제도와 과도한 교육열, 사교육 문화에 있음에도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게임만 비난함으로써 오히려 부모와 국가는 자신들의 근본적인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려는 생색내기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관련 규제 다시 살펴봐야

게임 셧다운제는 그동안 제도의 당위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적지않은 논쟁이 있었다. 원래 셧다운제의 목적은 ‘게임중독’이라는 역기능을 예방하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게임중독이라는 용어가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고, 게임이용시간과 수면시간이 유의미한 상관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논란은 이어졌다. 또,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학부모의 교육권과 게임업체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기본권적 성격의 권리와 가치들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게임은 전 세대가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며, e스포츠 저변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수출효자상품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콘텐츠 산업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또, 청소년의 주 이용매체가 모바일로 전환, 이용분야도 게임보다는 SNS 및 동영상 시청이 다수 차지한다는 최근 동향에 따라 게임을 둘러싼 규제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제는 최근 ‘마인크래프트’ 사례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한국에서만 19금 게임으로 전환됐다.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 스튜디오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모장과의 서버를 통합하면서, 특정시간대에 접속을 차단하는 한국 서버를 따로 구축하기 어려워 한국에서는 만19세 이상만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게임 유저들은 “이와같은 ‘웃픈’ 상황이 셧다운제로 인한 것”이라며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했고, 청와대 청원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청소년 인권 과도하게 제한·침해

황성기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소년의 보호를 이유로 청소년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다. 청소년 보호와 가족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개입이 가족의 자율성과 청소년에 대한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황 교수는 청소년 보호에서 국가후견주의의 헌법적 근거는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이 자율적으로 독자적인 판단하에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거나 자신의 복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경우 ▲청소년의 제1차적인 보호자인 부모가 자신의 교육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어렵거나 가족의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라는 두 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경우에만 정당화 될 수 있다고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국가의 개입에 해당한다며, 국가후견주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셧다운제는 자율규제안, 옵트-인안, 옵트-아웃안, 예외없는 일률적·강제적 셧다운제안 등으로 구분된다.

▲자율규제안은 셧다운 시스템의 적용을 개발사업자 및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다. 넥슨 등 게임회사들이 자녀사랑 시간지키미 서비스와 같은 청소년 본인과 부모가 게임시간을 직접 설정하도록 하는 기업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옵트-인은 현재 게임법이 채택하고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에 해당한다. 청소년이나 부모가 셧다운 시스템의 적용을 요청하는 경우 사업자가 적용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옵트-아웃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청소년이나 부모의 요청시 해제해 주는 방안이다.

▲예외없는 일률적·강제적 셧다운제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이 채택하고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로, 헌법적 문제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황 교수는 자율규제안의 경우 헌법적 문제점이 전혀 없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하므로 자율규제안과 옵트-인안이 결합된 형태가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청소년을 보호의 객체로만 보지 말고, 인권의 주체로서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상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하고, 게임 과몰입 청소년 및 가정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즉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포지티브 방식으로 청소년 보호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