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인데…사용자의 지휘·감독 받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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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휴게시간인데…사용자의 지휘·감독 받았다면 대법, 형식상 ‘휴게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기사입력2021-09-04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1. “근로계약 할 때 사장님이 점심시간 1시간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뿐입니다. 오전 내내 일하다 밥이 배달 오면 그때서야 식사를 합니다. 15분 정도 밥 먹고 휴식하려 하면, 사장님이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물건 포장을 합니다. 쉬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하더니 답답합니다.”

#2. “식당에서 일을 합니다. 오전 장사를 하고 잠깐 짬을 내어 밥을 먹습니다. 밥 먹다가도 손님이 들어오면 바로 응대를 해야 합니다. 사장님은 오후에 손님이 빠지면 방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라고 하는데 그때도 손님이 들어오면 응대 해야 합니다.”

소규모 공장이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제기하는 휴게시간 관련 상담이다. 이런 중소영세 사업장은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대법원은 판례(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판결)를 통해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 7월21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형식상 휴게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대법 2021다225845, 2021.07.21.).

◇사건의 개요=서울의 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 노동자들은 2015년 1월~2018년 2월까지 입주자대표회와 1년 단위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해 격일로 1일 24시간 경비 근로를 제공해 왔다. 1일 6시간으로 휴게시간(점심·저녁 각각 1시간, 야간 4시간)이 주어졌는데 휴게시간의 총량만 정해져 있었고,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언제인지 정해진 바는 없었다.

2017년 10월 원고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피고와 휴게시간의 시기(始期)와 종기(始期)를 정했다. ‘점심시간은 10:30~11:30, 저녁시간은 16:30~17:30, 야간 휴게시간 24시~04시’로 특정했다. 원고 노동자들은 동별 경비초소에 배치되어 단지 안팎 순찰, 입주민 민원 관리사무소 접수, 주차 관리 및 대행, 택배 보관 및 인계, 동주변 청소,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 업무를 수행했다.

판결문에 드러난 원고들의 휴게시간 실태를 보면, 원고들은 보통 오전과 오후에 정기적으로 도시락을 배달받아 경비초소 내에서 식사했고, 야간에는 경비초소 내 의자에 앉은 채로 잠깐씩 수면을 취했다. 피고의 경비조장, 반장과 관리소장이 결재한 경비일지에 따르면, 딱히 휴게시간과 근무시간의 구분 없이 근무내역이 기록돼 있다. 더욱이 원고들의 통상적인 식사시간(오전 10:30~11:30, 오후 4:30~5:30)에도 계단·복도·옥상 순찰, 정화조 청소, 단지내 취약지역 도보순찰·석면제거 서명부 배부 등의 업무기록이 다수 발견되고, 저녁 18:00부터 익일 새벽 6시까지는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돌발성 민원을 전달받아 관리사무소에 접수하는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사건 아파트는 41개동 약 3000세대의 규모에 비해 지하주차장이 없는 등 주차공간이 협소해 이중주차 및 단지 밖 불법주차로 주차난이 심했다. 이런 실정이었기에 밤 늦게 입주민이 단지내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주변 도로 불법주차 후 자신의 차량열쇠를 맡기면 원고들이 단지 내 주차공간 발생시 차량 주차를 대행하거나 이중주차에 따른 차량이동을 대행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형식상 휴게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휴게환경도 열악했다. 경비초소 내부 면적은 약 3.2㎡에 불과해 1평 남짓이었고 때문에 동별 경비초소에는 하절기 더위를 대비한 에어컨, 냉장고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아파트에는 동별로 택배보관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원고들은 경비실 내에 입주자들의 택배를 보관했고, 시간 불문하고 입주민들이 이를 찾으러 올 때마다 직접 전달했다.

원고들은 “경비원들은 24시간 동안 근무복을 입고 대기하여야 했고, 소등을 할 수 없었으며, 항시 경비반장의 무전에 대기하여야 했다”며, 근로계약상 휴게시간과 산업안전보건교육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해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입주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원고 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했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판단=앞서 원심판결(서울고법 2019나2044676)은 원고들의 휴게시간과 관련해 “근무시간대”와 “휴게시간대”의 구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아파트 경비원의 휴게시간은 총량(6시간)만 정해져 있었을 뿐 단체협약, 근로계약서 등 어디에도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정해진 바 없고 피고가 2017년 9월26일 이전까지 경비원들 및 입주민들에게 이를 공식적으로 공지한 바 없었던 점이 근거가 됐다.

원심은 피고와 입주민들이 “경비원이 경비초소 내에 자리하고 있는 24시간 전부를 근무시간인 것처럼 간주하고, 그 시간 내내 위 준수사항이 준수될 것으로 기대하여 지휘·감독을 하거나 업무처리를 요구하였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원고 (노동자)들이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던바, 갱신 거절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휴게시간을 이유로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증거로 제출된 경비일지에 따르면, 경비원들은 피고측에서 경비원들의 실질적인 휴게시간이었다고 주장하는 식사시간, 야간휴게시간 대에 단지 순찰, 서명부 배부 등 통상적인 업무처리를 하거나 주차대행 등 입주민들의 돌발성 민원을 다수 처리했다. 원심은 특히 원고 노동자들이 야간에 감시적 근로인 순찰과 방범에 그치지 않고 주차대행 및 출차를 위한 차량이동 업무가 빈번했던 점을 지적하며, “저녁·야간 시간대에 경비초소에 원고들이 상시적으로 대기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심은 휴게시간에 원고들을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고 독립된 휴게공간을 부여 받은 바 없는 점, 입주민들에게 경비원의 휴게시간 안내가 2017년 4월 이전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을 이유로 “피고가 입주민에 대한 정확한 고지를 통하여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방해하는 입주민의 돌발성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을 그 동안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한 1평 남짓으로 비좁은 경비초소의 실태를 지적하며, 실질적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결국 대법원 재판부는 2017년 9월26일까지 원고들의 휴게시간(6시간)은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 및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하고, 피고는 이를 전제로 원고들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판결은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에 대해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정한 기존 대법원의 판례 원칙에 근거해, 세세하게 원고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사용 실태를 살펴 근로시간 여부를 따졌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