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위로금 44억”…검증하는 것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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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산재위로금 44억”…검증하는 것 어렵지 않다 약간의 상식과 숫자로 가능…화천대유 산재위로금 공분을 사는 이유

기사입력2021-10-0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산재에 관한 약간의 상식과 숫자를 통해, 산재위로금 44억원이란 주장을 검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진은 지난 29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화천대유 사무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퇴직금 50억원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굴지 대기업 전문경영인을 능가하는 금액을 수년간 일한 대리급 직원이 받았다는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더욱 키웠다. 뒤이어, 실제로는 수천만원의 퇴직금과 수억원의 성과급, 44억원 규모의 산재위로금으로 구성됐다는 설명까지 등장했다.

이런 주장을 해명이라고 내놓아도 될 만큼 우리 사회가 산업재해에 대해 무지하지는 않겠지만, 약간의 상식과 수치로 몇가지를 검증해본다.

간단한 통계부터 짚고 넘어가면, 2019년 기준으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에서 유족에게 지급된 위로금이 평균 1억700만원 수준이다. 그래서 사망도 아닌 사고에서 수십억원을 지급한 전례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의 교통사고와 산재사고 손해배상 담당 법관들이 정한 산재 사망사고 위자료 지급 기준금액은 1억원이다. 2008년부터 8000만원의 기준을 적용하다 2015년 들어 인상한 것이다. 피해자의 과실 여부 등 개별 사안의 특성을 반영해 위자료를 정할 때의 기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손해배상 소송의 위자료라고 했는데, 이는 산재보험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와 의미가 다르다. 산재보험에 따른 급여는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산재가 발생하면 필요한 부분에 지급된다. 여기서 추가로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사고예방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여부를 포함해 사업자와 피해자의 과실여부를 따지게 된다. 소송도 없이 44억원 규모의 위로금을 지급했다면, 사업자 쪽에서 아주 위중한 과실 혹은 고의를 덮어야 하는 상황이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산업재해를 은폐해서는 안 된다. 법에는 산재은폐 금지조항이 따로 있다. 또, 신고 여부는 산재급여 신청 여부와 무관하다. 당사자간 합의로 산재급여 신청 없이 사안을 종결했더라도, 산재의 발생 여부는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44억원 규모의 위로금이 필요한 중대한 재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산재 발생 시 급여신청을 하지 않고 치료할 때 건강보험 적용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건강보험법이 정한 바다. 민주당 최혜영 의원에 따르면, 2018년 건보공단 연구결과 산재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금액이 연간 최소 277억원에서 최대 3218억원까지 추산됐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매년 3만건이 넘는 산재은폐를 적발하고, 연평균 50억원을 환수하는 중이다.

산재에 관한 이같은 상식과 숫자를 통해, 산재위로금 44억원이란 주장을 검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산재에 대한 무지 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명명백백히 국민앞에 밝히고 사죄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