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속인 서불과 방사들 그리고 대장동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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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진시황 속인 서불과 방사들 그리고 대장동 개발 세상을 위태롭게 한 지식인…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새겨라

기사입력2021-10-05 10:28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분서(焚書)에 이어서 진시황제에게 폭군이라는 인상을 짙게 드리운 사건이 갱유(坑儒)이다. 구덩이에 묻었다는 뜻인 갱(坑)자와 선비라는 뜻인 유(儒)자에서 알 수 있듯이, 갱유는 진시황제가 선비들을 땅에 묻어 죽인 사건이다. 분서 사건이 단순히 책을 멀리하거나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서 벌였던 것이 아니라 이전 시대에 많은 학자들의 이런저런 사상 주장 때문에 오히려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사상 통일을 하고자 했던 나름의 의도에서 벌인 극단적인 조치였다고 했다. 갱유 사건 역시 분서와 더불어서 당시 유자들을 땅에 묻어 죽인 것은 그들이 진시황제의 통일정책을 반대하고 이전 시대로 돌아가자고 했던 것이 세상을 어지럽히려고 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진시황제에게 처참하게 땅에 묻혀 죽어야만 했던 유자(儒者)의 ‘儒’자가 ‘사람 인(亻)’변에 ‘비 우(雨)’자와 나이가 들어 수염을 늘어뜨리고 있는 노인을 뜻하는 ‘말 이을 이(而)’자가 보태어져서 이루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본디 유자는 비 내리는 일을 맡아 보던 이들이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아주 먼 옛날 부족이 모여 농사를 지어 겨우 먹고 살던 시대에는 하늘에서 비가 잘 내려주어야만 그나마 살 수 있었을 것인데, 지금도 그렇듯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농사를 먹거리로 삼는 사회에서는 비가 생존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후 중국에서는 하늘로부터 땅에 전해지는 햇볕이나 바람, 비 같은 것을 주재하는 아버지가 하늘에 계시고 그의 아들이 땅에 내려와 아버지의 뜻을 세상에 전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여겼기 때문에 나라의 최고 집권자를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천자(天子)라고 일컫게 됐던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중국 서안(西安) 병마용박물관 앞에 있는 진시황제의 석상이다. 진시황제는 분서갱유로 인해 폭군이라고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상 통일을 위한 극단적인 정책이었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문승용 박사>

그런데 집권자가 하늘의 아들을 자처하지만, 비를 내리게 하거나 언제 비가 내릴지 예측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았던 만큼 그 임무가 유자와 같은 전문가 부류에게 맡겨졌던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하늘의 아들을 대신해서 목숨을 걸고 비가 언제 내리고 그칠지를 예측하는 일을 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하늘의 아들이라고 자처하는 이의 체면이 크게 손상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당시 유자 부류들은 늘 죽음을 각오하고 비 내리는 일을 예측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비가 올 것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이것으로부터 달력을 작성하는 일을 맡게 되고, 일정한 시기에 제사를 올리고, 날짜에 따라 왕실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 등도 담당하게 됐을 것이다.

이처럼 이들이 여러 방면에서 두루 학문과 지식을 갖춰야만 했던 것에서 이후 이들이 공부하는 이들이라는 뜻의 선비라는 의미로 쓰였던 것이고, 춘추전국 시대에 활약했던 여러 학파 가운데 특히 배우는 것을 중시했던 공자의 학파를 유가(儒家)라고 일컫게 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들이 진시황제의 갱유에 희생되었던 것일까?

갱유 사건은 기원전 212년에 벌어지는데, 처음부터 학자들을 묻어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당시 땅에 묻혀 죽은 이들은 대부분 황제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빌미로 황제를 속이고 도망갔던 자들이었다. 서불(徐市) 같은 자는 동쪽 바다 너머로 불로초를 가지러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수천 명의 남녀 아이들과 많은 돈을 받아내어 떠나가서는 감감무소식이었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약(不死藥)을 만들겠다던 방사(方士)들이 결국 제대로 된 약을 만들지 못하고 도망치자 이들을 잡아들여 황제를 속인 죄로 사형죄로 판결하고 생매장했던 것이다. 이때 죽음을 당한 이들의 숫자가 460여 명이었고, 몇 명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유자들이 함께 생매장당했던 것인데, 나중에 이 사건이 오로지 황제의 통일정책을 반대하고 비난한다는 이유로 유자들이 탄압을 받아 죽음을 당한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이다.

儒(유)자는 ‘사람 인(亻)’변에 ‘비 우(雨)’자와 나이가 들어 수염을 늘어뜨리고 있는 노인을 뜻하는 ‘말 이을 이(而)’자가 보태어져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본디 유자(儒者)는 비 내리는 일을 맡아 보던 이들이었다. <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출처=한자통(漢字通) 참조>

지금 성남시 대장동 개발로 수천억 원의 개발 이익을 몇 사람이 챙겨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마치 진시황제가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이용해서 황제를 속이고 막대한 금액을 빼돌려 동해로 도망쳤던 서불이나 불사약을 만들겠다고 했던 방사들처럼 이번 대장동 개발에 관여한 몇몇 사람들은 쉽게 접하지 못하는 정보와 특혜를 이용해서 평생토록 한푼 두푼 꼬깃꼬깃 모아 집 한 채를 마련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국민 모두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안긴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두고서 여야가 서로 공방을 거듭하고 있는데,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벌이는 개발사업에 유력한 정치인이나 법조계 인사들까지도 자신들의 지위와 학식을 이용해 일반 국민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이익금을 남겨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공자가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했는데, 이 말은 지식인이라면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가슴 속에 잘 새겨야 한다는 의미다.

본디 유가에서 학자의 이상으로 “나라를 잘 다스리고 세상을 고르게 잘 살게 해야 한다(治國平天下)”라는 것을 이념으로 내세우는데, 그저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많은 지식을 습득할 줄만 알고 정작 자신이 무엇을 위해 공부한 것인지 헤아릴 줄 모른다면 이번 개발사업의 예에서 보듯이, 많이 배워 높은 지위에 오른 것으로 인해 오히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까지도 모두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