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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각자의 내면, 감정, 상황을 대면하는 시간 됐으면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이효선 작가
- 기사입력2021-10-31 10:00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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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코로나와 우울감을 의미하는 ‘blue’가 합성된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장기화 되어가는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평화롭고 고요한 우울감에 빠져들곤 한다. 하지만 슬픔의 끝에서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고, 오히려 위로를 건네 주는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가가 있다. 마치 젊은 시절 피카소의 푸른 그림을 만난 듯, 푸른 인간의 모습 속에 현대인의 슬픔을 담아내는 예술가 이효선의 작품을 만나보자.
‘노래해라, 새야(Sing, Bird)’, painting on hanji, 45×38cm, 2021.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주로 저의 경험들에 대한 내면적 감정을 묘사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물리적인 현실과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 무의식과 같은 내재적 현실의 연결점을 찾고 있어요. 어떠한 경험을 보이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현실을 그리거나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외적인 현실과 내적인 현실이 하나의 화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순간을 상상으로 되짚어가며, 현실을 초월한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Q. 작품 속에 푸른 인간이 등장하는데, 이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조선시대 문장가 박지원이 수필 ‘한바탕 울 만한 자리’에서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평원을 바라보며 너무 울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인간에게는 칠정이라 해 일곱 가지의 감정이 있는데, 그중 으뜸은 모든 감정의 귀결점인 ‘슬픔’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에도 눈물이 흐르거나, 그리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뭉클함에 젖어들 때가 있어요. 혹은 너무 화가 나거나 억울해도 눈물이 흐르죠. 모든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슬픔이 어려있어요. 모든 감정의 종착점으로서 ‘슬픔’을 저는 푸른 인간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가 표현하는 인물을 보고 많은 분들이 입이 왜 없는지 질문을 해주세요. 그 이유는 어떠한 감정도 표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림 속 이 상황에 ‘이 인물이 이러한 감정이다’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물에게 어떠한 코스튬도 입히지 않고 인체를 단순하게 분할하고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렇게 미결정된 요소들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죠.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의 표정은 하나로 해석될 수 없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수용합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이는 화면 밖 대상을 응시하는 푸른 인물의 모호한 시선을 통해서 인물의 상황에 본인의 현재의 감정을 대입할 수 있게 됩니다. 각자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저의 그림을 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작품을 추천해준다면?
저의 그림은 각각의 그림마다 담긴 이야기가 있어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노래해라, 새야(2021)’라는 그림입니다. 웅크려 슬퍼하는 이의 머리카락, 혹은 눈물이 다른 인물을 거쳐 새가 되어 날아가고 있어요. 슬픈 나의 자아와 또 다른 나의 자아가 서로 기대어 위로를 해주고 노래하는 그런 그림입니다.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그곳엔 내가 있을까_02(Will i be there_02)’, painting on hanji, 39×45cm, 2021.바쁘게 살다 보면 나를 돌아보고 헤아려주는 시간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저의 그림을 보는 시간만큼은 감상자들이 각자의 내면, 감정, 상황을 대면하고 자기 자신을 좀 더 깊이 바라 봐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죠.
Q. 페인팅도 매력적이지만, 조각작품이 인상적이다. 선호하는 예술 제작방식이 있는가?
저는 동양화를 전공해서 한지에 분채를 많이 이용해 그림을 그려요. 동양화는 물의 예술이라고도 하잖아요. 동양화를 처음 해보자고 마음먹었을 때 물을 이용한 그림이라는 점에 좀 끌렸던 것 같아요. 조각작품은 제가 도예유리를 복수전공을 하면서 만들게 된 작품들인데, 이때는 흙이라는 재료에 많이 매료가 되었던 것 같고요. 물과 흙 같은 가장 자연적이면서 원초적인 재료들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특정하게 선호하는 재료나 예술 제작방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해요. 여쭤봐 주시니 ‘왜 이런 재료를 사용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네요.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제가 표현하는 인물들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다른 장르와 융합한 작업도 해보고 싶고요.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표현하고 그리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언젠가 갑자기 그리고 싶은 것들이 하나도 없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있어요. 옛날에 한 번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색의 큰 화판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무언가 표현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그리지를 못하겠더라고요. 텅 빈 화판이 나를 짓누르는 기분이었어요. 연필을 매일 들어보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어요. 그런 순간이 또다시 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을 가끔 해요.
Q. 작가 이효선의 꿈은 무엇인가?
어릴 때 물감으로 더러워진 앞치마를 입고 있는 내 모습이 꿈이었어요. 얼마 전에는 첫 개인전도 했고, 원하던 꿈을 벌써 이루었네요. 이제는 물감으로 더러워진 개인 작업실과 해외에서의 개인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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