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입점, 전통시장 폐허…지금 마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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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복합쇼핑몰 입점, 전통시장 폐허…지금 마곡은 지자체 “전통상업보존구역 1km 밖 조치 어려워”…상인 비대위 구성

기사입력2021-11-05 10:0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땅다지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서구 마곡역 인근 마곡동 특별계획구역 CP4블럭. ©중기이코노미

서울 강서구 마곡역 인근에서는 마곡동 특별계획구역 CP4블럭의 땅다지기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5월 착공한 원웨스트몰이 들어서는 공간인데, 이 지역 소상공인들이 강서지역 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연 장소기이도 하다.

서울 강서구 마곡가양동 일원에서 진행중인 마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서울에서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동북아 관문도시를 지향한다”는 마곡지구는 그러나, 이 지역에서 오랜기간 골목상권을 지키며 지역경제를 뒷받침해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상생의 문을 열지 않았다.

마곡지구 일대에는 현재 3개의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만들어질 계획이다. 마곡동 특별계획구역 CP1에 들어서는 ‘르웨스트’(롯데), 마곡동 769 일대에는 ‘원웨스트몰’, 또 가양동 CJ공장부지에는 ‘신세계 스타필드’가 들어선다. 대지면적만 3만9050㎡, 연면적 45만8660㎡인 원웨스트몰 그리고 대지면적 3만1827㎡의 르웨스트는 마곡지구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상인들에게도 위협적인 규모다.

올해만 2곳의 복합소핑몰 입점 승인…상인들 “공포”

서울시와 강서구청이 올해 3월과 6월 르웨스트와 원웨스트몰의 건설허가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 일대 상인들은 우려를 넘은 공포에 휩싸였다는 전언이다.

마곡복합쇼핑몰입점저지비상대책위원회의 조상현 공동위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이곳 방신전통시장에서 르웨스트는 1.2km, 원웨스트몰은 1.5km에 불과한 거리”라며, “서울시와 강서구가 건축허가를 내줄 때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에 대한 배려를 조금이라도 했다면, 이처럼 무지막지한 결정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경 1.5km 안에 복합쇼핑몰 2곳이 생겨나는데, 전통상업보존구역 1km 이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건립허가를 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와 강서구가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재벌유통기업에 팔아넘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은 폐허가 된 마곡동 공항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유통지형이 바뀌면서 손님을 빼앗긴 상인들은 시장을 떠났다. ©중기이코노미

조 위원장은 김포공항과 인접한 방신전통시장에서 40여년간 청과유통을 하며 지역과 함께 했다. 2013년 김포공항에 이마트가 들어서고 잇따라 롯데쇼핑몰이 들어서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공항시장과 이곳 방신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김포공항에서 불과 200여m 거리에 있는 공항시장은 이제 폐허로 남았다.

“공항시장이 한 때는 이 지역에서 잘 나가는 시장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유통지형이 바뀌면서, 그곳 상인들은 모두 문들 닫을 수 밖에 없었죠.”

조 위원장은 공항시장이 몰락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곳 상인들은 마곡지구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두렵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입점 막을 수 없다”…손 놓고 있는 강서구청

강서구에는 ▲방신전통시장 ▲송화벽화시장 ▲화곡중앙시장 ▲화곡본동시장 ▲남부시장 ▲까치산시장 ▲강서유통단지 등 7개의 등록전통시장이 있고, 등록되지 않은 작은 시장도 적지 않다. 비대위는 복합쇼핑몰들을 막지 못하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무너진다는 절박함에 지난 8월말 마곡복합쇼핑몰입점저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조 위원장은 복합쇼핑몰이 인근에 두 곳이나 들어오는데도, 유통대기업은 물론 서울시나 강서구는 직접적인 피해자인 지역상인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았다며, 상인들은 모두 막막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마곡복합쇼핑몰입점저지비상대책위원회 조상현 위원장은 김포공항과 인접한 방신전통시장에서 40여년간 청과유통을 하며 지역과 함께 했다. ©중기이코노미

비대위는 강서구청장에게 복합쇼핑몰 건립과 골목상권 보호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벌써 2개월 넘도록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비대위는 또, 강서구청에 복합쇼핑몰 입점 관련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방안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강서구청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해왔는데, ▲강서구에 들어서는 대형 복합쇼핑몰의 경우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km 이내에 해당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속하지 않아 이를 제한하는 조치가 어려우며, ▲무리한 등록거부는 자칫 사업자로부터 강서구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현행법 내에서 구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복합쇼핑몰 건립 승인과 관련해 현행법 상 저촉되는 부분이 없어 구청으로서는 승인을 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비대위에서 구청장 면담을 요청해왔기 때문에 향후 구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개최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허 된 전통시장…상인, 비대위 구성해 상생 찾는다

대형 복합쇼핑몰 규제 방안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재벌은 전국에 복합쇼핑몰 건설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마곡지구의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기이도 하다. 때문에 전국의 복합쇼핑몰 저지 운동본부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아웃렛 등이 입점할 경우 주변 상권은 업종 관계없이 평균 56%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통시장 또한 34.3%의 매출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복합쇼핑몰 주변 상권 15km까지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강서구는 물론 마포구, 서대문구, 종로구, 은평구, 영등포구, 관악구, 구로구, 금천구, 양천구, 동작구에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산동구, 일산서구의 소상공인까지 영향권 안에 들어가며, 인천 역시 계양구, 부평구와 서구 일부가 영향권 아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