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결정되자 개미 등치는 테마주 급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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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대선후보 결정되자 개미 등치는 테마주 급등락 근거없이 억지 연결짓는 정치테마주 숱해…금융당국, 단호히 나서라

기사입력2021-11-06 00:00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를 다음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결정하자, 엉뚱한 곳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했다. 안랩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오랫동안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안랩이 또다시 선거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안랩 입장에서 보나 투자자 입장에서 보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과거 대선이나 총선 등에서 안 대표의 정치 행보에 따라 안랩의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해왔다. 안 대표의 정계 입문 이전 가장 대표적인 이력이 V3 개발과 안랩 창업이다보니, 안 대표의 행보가 들릴 때마다 투자자들이 안랩을 자연스레 떠올린다고 볼 수 있다.

사실관계를 짚어보면, 안철수 대표는 여전히 안랩의 대주주다. 하지만 200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했고, 2012년에는 이마저 그만뒀다. 게다가, 정치인 안철수 대표의 선거 행보가 안랩의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리 만무하다. 안랩 주식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주요 상품이나 보안실적, 신산업 성적 등을 따지는 게 합리적이다.

다른 정치테마주도 마찬가지다. 정치인과의 인연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지만, 실제로 기업 가치가 그리 순식간에 변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비합리적인 기대심리에 기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랩과 안철수 대표처럼 관계가 명확히 알려진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불확실한 근거나 억지 연결짓기로 만들어낸 정치테마주들이 숱하게 많다. 지연과 학연 같은 한 두가지 단서만 가지고 특정 정치인과 특정 기업을 마치 특수관계인인양 취급하는 방식이다. 심지어는 유력 정치인 친척이 운영하는 기업이란 소문의 실체를 확인해보니, 동명이인으로 밝혀진 일도 있었다. 2017년 당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한 기업은, 대표이사가 반 전 총장과 성씨만 같을 뿐인데도 친척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기업 측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올해도 1년 새 숱한 기업들이 정치테마주로 분류되고 주가 급등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런 현상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헛소문을 통해 시세조작과 부당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범죄에 대해 금융당국이 단호히 나서야 한다.

금감원은 이미 과거 대선과 총선 등을 앞두고 수차례 정치 테마주의 급등락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밝힌 바 있다.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정치테마주 147종목을 모니터링하고, 실제로 33종목에 대해 고발이나 수사기관 통보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조치대상에는 기업 경영진은 물론이고 일반 투자자까지 포함됐다.

올해도 이미 정치 테마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금융당국이 하루빨리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필요가 있다. 또,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를 통해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겠다.

투자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정치테마주에 관한 가짜뉴스를 유포해 부당한 이익을 올리는 행각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특히 테마주 바람에 휩쓸리다가는 언제든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