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앉지 못하고 흩날리는 것들

프린트

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내려앉지 못하고 흩날리는 것들 [그림을 읽다:Rising Artist] ⑰ 김일중 작가

기사입력2014-07-26 13:00

이유미 객원 기자 (arocoo@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김일중 작가의 작품은 ‘내려앉지 못하고 흩날리는 것들’이란 주제로 일관된다. 인물의 흉상이 화면 가득히 채우고 있는 이미지와 이 주제를 연결시키는 매개는 무엇일까?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평면의 캔버스 위에 이미 세상에 존재했거나, 현존하는 인물 두상의 골조를 붓이 아닌 자개로 표현한다. 한 조각 한 조각 근육을 읽어가며 자개를 붙여나가는 작업에서 작가의 정신에 내재되어 있는 자기 성찰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117x90cm 자개, 크리스탈클리어, 아크릴릭, 2012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호소로, 과연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리고 어떤 형태로 비쳐지길 원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작품 속 이미지는 친숙한 인물들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의 영향력 덕분에 자개가 발하는 이미지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결국 그들은 살아있지 않아도 살아 있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앞서 말한 김일중 작가의 작품 주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인물의 극대화로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과연 실재인가? 그것은 보이는 것인가?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신적인 면을 말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작가 자아의 형상이자 그 이면의 이야기도 될수 있다. 전시 주제였던 <떠도는 그림자들>, <우리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 <내려앉지 못하고 흩날리는 것들>만 보아도 그의 이야기를 뒷받침 해준다.

52x45cm 자개, 크리스탈클리어, 아크릴릭, 2012

김일중의 <우리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란 전시를 기획했던 천석필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작가가 표현하려는 세계는 작가의 손안에 있는 것들이다. 살아가는 공간과 사고의 공간은 다르지 않다. 그의 행위는 생활로부터 비롯되어 나온다.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만들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작업이고 예술이 된다. 실존에 대한 궁극적 사고의 출발은 자신의 인생관일 것이다. 김일중의 삶이 드러나는 것이 인물의 흉상이다. 확대된 상태는 자신의 확대다. 타인의 삶이 나의 것이 될 수는 없지만, 투영시킨 모습은 얼마든지 상상이 가능하다. 조각 같은 회화, 전복껍질의 이면을 통한 다른 모습 드러내기, 집약적인 확대, 이러한 경향의 자기 표현은 작가의 정신에 내재되어 가려진 자기 성찰과 다르지 않다.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호소이다. 과연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리고 어떤 형태로 비쳐지길 원하는가. 이것이 작가의 작품이 전달하는 목소리이다”

진실은 가려져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실존은 작가가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해석과 적용을 통해 작품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 작가의 예술관이라면, 앞으로 김일중 작가의 무한한 공간에 펼쳐질 예술의 세계가 자못 궁금해진다.[정리=갤러리192 이유미 아트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