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공동체內 건강한 경제생태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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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소셜벤처, 공동체內 건강한 경제생태계 만든다 “사회적기업이 사회·경제 혁신 이끌도록 힘 보태줘야”…‘사람과세상’ 조한수 이사장

기사입력2018-06-03 10: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람과세상 조한수 이사장은 사람과세상은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경기도내 유일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사람과세상’은 2014년 12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위탁을 받아 경기권역 사회적기업·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총 25명의 직원이 경기도내 기업·공공기관 등과 사회적경제 조직을 연계해 사회적경제 기반을 조성하고 모델을 발굴하는 한편,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장을 지원한다.

“경기도는 인구 100만 도시들부터 작은 규모의 농촌도시까지 혼재돼 있는 광역지자체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의 탄생이 가능합니다. 또 제조가 가능한 공장이 들어설 여건이 좋아 제조기반 사회적기업도 많습니다. 서울의 경우 사회적기업의 40%가 일자리제공형 기업인데, 경기도 사회적기업은 70%이상이 일자리제공형 기업이죠”

소셜벤처, 사회혁신 솔루션 제공을 위해 도전하는 기업

사람과세상은 2016년 35개 소셜벤처를 육성한데 이어 지난해 45개 팀, 올해 35개 팀의 소셜벤처가 사람과세상을 통해 사회혁신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경기도에는 사회적기업 324개, 예비사회적기업 148개, 사회적협동조합 279개, 일반협동조합 2094개가 사회적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한다. 조한수 이사장에 따르면 사람과세상은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경기도내 유일한 기관이다. 소셜벤처에 대해 조 이사장은 “지역사회 공동체문제를 혁신하기 위한 활동에 기업의 형태를 결합한 것”이라 정의했다. 자본주의 경제가 가져온 많은 부작용을 바로잡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도전하는 기업이 소셜벤처라는 설명이다.

사람과세상은 2015년부터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고 있다. 2016년 35개 소셜벤처를 육성한데 이어 지난해 45개, 올해는 35개 팀의 소셜벤처가 사람과세상을 통해 사회혁신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람과세상이 입주한 건물내 인큐베이팅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수원·용인·화성 등 경기도내 17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각각 인큐베이팅 공간을 마련해 해당지역 소셜벤처들이 활용하도록 했다. 사회적경제 사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아이템이 대부분이어서, 해당지역에서 인큐베이팅 할 수 있다면 정보습득과 네트워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3년간 100여개 소셜벤처 발굴…후속지원 연계

사람과세상이 발굴·육성한 100여개 소셜벤처 중에는 전염병 노출위험이 큰 어린이집 영유아 150만명 을 대상으로 지역병원 전문가 소견을 받아 전염병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의료서비스 ‘유메이’, 다문화가정·저소득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예식·혼례 ‘좋은날’,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 및 이동성 제고를 위한 솔루션 ‘오버플로우’ 등이 있다.

“소셜벤처 육성기간은 1년입니다. 아이디어 제안을 해온 소셜벤처를 심사하고 선정해 담임멘토를 지정하고 전문멘토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아이템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공간지원과 경영지원 등을 돕고, 소셜벤처끼리 또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것도 지원하죠. 법인설립과 예비사회적기업 지정까지 성공하려면 사실 1년이면 짧은 기간입니다. 때문에 육성기간 종료 이후에도 후속지원을 통해 지역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연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조 이사장은 다양한 형태의 혁신 아이템을 가진 소셜벤처가 많이 나올수록, 보다 촘촘하고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하나의 비즈니스모델로 자리잡은 공정무역의 경우도 처음에는 하나의 소셜벤처 모델로 출발했다. 이게 커 다국적 무역회사나 대기업의 전유물이고, 시장논리만 관철됐던 무역분야에 ‘공정성’을 환기시키는 성과를 이뤘다. 이와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사회를 건강한 체질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게 조 이사장의 견해다.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만나는데 2년…판로지원 절실

사람과세상은 지난 4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상담회를 가졌다. 난방공사 20여개 지사 구매담당자와 경기도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협동조합 30개사 등 총 100여명이 참여한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확대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상담회에서 인쇄, 디자인, 옥외광고물, 판촉물, 사무용품, 사무용가구, 핸드타월, 다과, LED조명, CCTV, 배전반, 계측제어반, UPS무정전 전원장치, 펌프, 조경관리업, 방충·방제, 소독용역 등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상담을 진행했다.

사람과세상은 지난 4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상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사람과세상>

공공기관 납품을 위해 해당기관 구매담당자를 만나는데 걸리는 시간이 2년이란 사회적경제기업 책임자들의 말을 전하면서,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가진 기업들이 판로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람과세상 같은 중간지원 조직이 해야 할 역할중 하나가 이들에게 판로를 열어주는 일이라는 얘기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정책, 사회적경제 생태계 위협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놓은 만큼 현정부 들어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현장에 아직 어려움이 많다는게 조 이사장의 지적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예산규모는 한정돼 사회적기업들은 여전히 취약한 구조에 놓여있다. 정부가 지원중인 전문인력지원 예산도 대부분 소진돼 많은 지자체에서 전문인력지원 사업을 중단했다. 조 이사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생력이 취약한 구조에서 전문인력의 도움에 따라 성패가 나뉘기도 한다며, 전문인력지원 예산부족을 아쉬워했다.

사람과세상에서 지난4월 개최한 사회적기업 인증설명회<사진=사람과세상>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정책들도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위협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추진하면 발생한 문제가 대표적이다.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우 장애인, 어르신, 사회취약계층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사회적경제기업이 학교나 공공기관의 위탁을 받아 청소용역 등의 사업을 해왔지만, 최근 학교 등에서 직고용 체제로 전환하면서 소속된 노동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직고용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약계층의 실업문제나 사회적경제기업의 도산문제를 정부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청소용역 사업을 하던 한 사회적기업은 오는 7월부터 학교가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정년이 넘은 노동자들과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정년을 넘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이 사회적기업 역시 9000여만원의 퇴직금을 구할 방법이 없어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고용율 63%

사람과세상이 매년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경기도내 사회적기업의 취약계층 고용율은 최대 63%다. 대기업·공공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을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용인시에서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한 사회적기업은 폐지 줍는 노인들을 고용해 사회보험가입은 물론 최저임금이상의 급여을 지급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이 복지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끌어안고 이들의 소비여력을 높이는 한편, 정부의 지원금이 필요없을 만큼 도우며 경제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자영업자의 3년생존율이 30%에 머무는 반면 사회적경제기업의 3년생존율은 91%입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볼 수 있죠. 물론 사회적경제기업이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지원금이 끊기면 망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맞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이 가지는 사회적가치는 상당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도록 돕는 일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죠. 사회적경제 10년, 그동안 기반을 다지고 양적 성장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통해 사회혁신과 경제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줘야 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