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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양승태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철저히 규명돼야

양승태,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맞는 말이다

기사입력2018-06-02 13:44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밝혀낸,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재판거래 의혹은 충격적이다.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확인됐다. 양심의 최후 보루,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라 생각했던 법의 정의가 일순간에 무너졌다. 단시일에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법의 권위는 손상됐다. 국민들의 분노가 이렇게 큰데, 석연찮은 판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사업과 재산을 모두 잃어버리고도 구제받을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한 피해자들의 절망감은 오죽할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정까지 진입해 ‘법이 우리를 죽였다’라고 울부짖는 KTX 해고승무원들을, 절차에 따라 출입이 가능한 보안구역이란 이유로 막은 대법원의 처사는 옹색하다. 그릇된 판결로 해고승무원을 죽음으로 내몰았음에도, 기껏 출입규정을 내밀다니 말이다. 2015년 2월26일 대법원은 KTX승무원 34명이 철도공사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판결이 상고법원을 설치를 위해 법원이 박근혜 정부와 거래한 결과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해고승무원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건 너무나 당연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이고 의도적인 고환율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위시한 수출대기업들은 세계적 불경기에서도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환차익은 서민들에게 고물가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피해자는 또 있다. 환율변동에 대비해 파생상품에 가입했던 중소·중견기업들은 고환율정책 탓에 줄줄이 파산했다. 키코사태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던 은행과 고환율로 경기를 부양했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키코사태를 ‘금융판 세월호’라 칭한다. 700여개 중소·중견기업이 피해를 입거나 파산했다. 이 사건 최종심 대법원은 2013년 9월 키코계약에 불공정성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이듬해 4월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는 은행이 중요정보를 숨기고 파생상품을 판매했다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하며, 구제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에도 법원이 박근혜 정권과 거래한 정황이 있다는게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다. 박근혜 정권이 어떤 요구를 했는지, 재판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아직 밝혀져야 할 과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재판 관여는 없었다며, 특별조사단이 밝혀낸 조사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특별조사단이 남의 일기장 뒤지듯 무리한 조사를 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오히려 밝혀져야 할 부분이 명확해진 셈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거짓을 말했는지, 아니면 특별조사단이 무리하게 조사를 했는지,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법원조사로서 마무리 할 문제도 아니다. 특별조사단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사법 정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검찰을 통해 그것도 석연치 않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한 후 불법이 있다면 응당 상응하는 처벌로 이어져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는 전 대법원장의 말이 아닌 정의로운 판결로만 복구된다. 그리고 지금 국민들은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면서,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법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KTX 승무원들은 부당해고를 당하며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법에 호소했다. 정권의 잘못된 환율정책과 은행의 거짓말 때문에 길거리에 나앉았던 종소·중견기업 대표들도 법의 구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절망해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이게 정권과 법원의 거래 때문에 빚어진 판결이라면, 죽어간 사람을 살려낼 수는 없더라도 그것이 범죄에 의한 것이라면, 그 대상이 대법원장이든, 대법관 또는 판사든 반드시 단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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