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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전관예우, 재벌이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

대법관 구성 다양화·배심제도 강화 신뢰회복 방안 마련해야

기사입력2018-07-14 11:53

법관이나 검사 경력없이 한국 최초 대법원에 입성한 인권·노동변호사 출신 김선수 대법관이 퇴임후 변호사 개업을 않겠다고 공언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온상으로 지탄받는 전관예우 근절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담았다. 전관예우는 전직 판검사로 재직했던 변호사가 법조계 인맥을 악용해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행태를 말한다. 물론 전관에 대한 현관의 예우 그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전관이 사적인연을 빌미로 현관을 회유·압박해 심리 및 판결을 왜곡하는데까지 이르면, 이는 적폐 수준을 넘어 범죄다.    

 

전관은 아무나 쓸 수 없다. 전관에 지불해야할 수임료가 서민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거액인 경우가 많다. 수십억원을 호가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수백억원 얘기도 나온다. ‘돈 있으면 전관 쓰세요’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게 아니다. 전관예우는 경제권력이 사법권을 사유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최근 열린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재벌개혁의 법적 과제’ 토론회에서 전북대학교 송기춘 교수는 “재벌 등 경제권력은 공적 의사결정을 사유화한다. 전관예우는 법과 민주주의를 왜곡, 국가권력과 사적이익의 유착관계 구조화를 통해 시장 또는 시민사회 왜곡 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재판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으로 합류했던 차한성 변호사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사임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차 변호사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대법관을 지내고, 퇴임 이듬해 법무법인 태평양에 취직했다. 대법관 퇴임 2년차, 사법부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얼굴마담’이었으니 월급봉투를 꽤나 두둑하게 채웠을 것이다. 차 변호사가 이 부회장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자 대한변호사협회는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형사사건의 대법원 상고심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변론을 한다면 당연히 전관예우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차 변호사의 이번 형사사건 수임은 전관예우 논란을 야기하고,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법원 판결과 국민 법감정 간 괴리를 해소하고,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재판과정에 국민참여를 확대·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재벌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법무법인 씨에스 안천식 변호사는 “배심제도는 재판권력을 국민이 직접 견제하고 감시하며, 순화시킬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인 수단”이라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배심제도는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결정하는 제도다. 배심제도 하에서 법관의 역할은 유무죄 결정을 제외한 소송지휘, 증거 취사선택, 법률해석 등에 국한된다. 한국은 배심제의 한 형태로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지만, 피고인이 원할 경우에만 진행한다. 배심원 결정 또한 미국과 달리 법관을 구속하지 못하고 권고적 효력만 가진다.

 

재벌이 법을 조몰락거리면서 공정과 평등, 정의 등 사회적가치를 훼손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김선수 대법관 임명과 같은 사례는 계속돼야 한다. 재벌이 사법권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국민이 법원을 견제하는 배심제 강화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전관 변호사 수임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과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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