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가 올 연말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에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AIIB를 통해 매년 80억~100억달러 자금이 인프라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저개발 신흥국 진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AIIB는 중국의 주도로 설립된 다자개발은행(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57개국이 회원국이다. 

국회 해외개발금융포럼이 지난 9일 주최한 ‘해외건설의 새로운 기회와 금융활용 방안’ 세미나에서 포스코경영연구원 오영일 수석연구원은 “AIIB는 비채무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기업에게 매력적”이라며 “기업이 일반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채무 상환 의무를 지게 되지만, AIIB는 기업이 정부의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또 “AIIB 주요 사업범위를 살펴보면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사업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중국 외 다른 국가들의 인프라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프라수요는 2020년까지 필요 소요량(ADB 추정치) <자료=해외건설의 새로운 기회와 금융활용방안 세미나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AIIB의 주요 사업범위는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사업이며, 사회·경제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공공 성격의 인프라 사업을 위주로 우선 지원한다. 운영방식은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기존 MDB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IB가 수원국 정부에게 차관을 주는 방식으로 자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도로·철도, 공항, 에너지, 물, 통신 분야 중 수익성이 담보된 산업 인프라 사업이 지원대상이다. 의료, 교육, 법, 제도 등과 같은 사회 인프라 및 금융 분야는 이들과 나란히 섰을 때 뒤로 밀린다.

오 연구원은 “AIIB는 기업이 신청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차관으로 해당 국가의 정부가 AIIB에 신청을 해야 자금이 나온다. 한 마디로 자금을 쓰려면 그 나라 정부를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라며 “AIIB도 결국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즉 수익성이 없으면 자금을 받기 어렵고, 이와 함께 공공성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규모 사업이라도 현지에서 사업한 실적이 있는 기업에게는 가점을 부여한다. 때문에 소규모 EDCF(경제개발협력기금) 사업실적 등을 축적해 놓으면 동일한 실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그는 “AIIB는 기업이 현지 시장에서 사업을 한 경력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사업 경력 여부가 가격 요인보다도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만큼 해당 국가 사업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에게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순 도급형 사업보다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발주처 재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수원국 정부가 사업에 참여하는 민관협력사업(PPP) 등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타깃 대상국을 선정해 사업 초기 기획단계부터 관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획 능력이 부족한 저개발국 정부에 대한 지원과 이를 통해 조기에 정보를 획득하고 유리한 구도를 조성할 수 있다. 아울러 현지 사무소와의 긴밀한 교류도 필요하다. 현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지 정부 및 MDB와 유기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해외건설의 새로운 기회와 금융활용방안 세미나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한편, AIIB 출범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중국의 인프라 사업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사업을 고려할 경우에는 도로, 철도, 항만을 중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도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오 연구원은 “AIIB는 중국 외에도 동북아시아 지역에 유리할 것이다. 기존 MDB의 동북아 지역에 대한 지원이 미약했지만, AIIB 출범으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ADB 지원실적을 살펴보면 ▲동북아시아 25억달러 ▲동남아시아 62억달러 ▲남아시아 60억달러 ▲중앙아시아 55억달러 등이었다.

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AIIB 지분율은 3.81%다. 기존 MDB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국가가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분 규모에 따라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기업은 국가의 지분에 개의치 않고 기업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원국별 지분율 및 투표권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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