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한국소비자원의 도움을 받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각국 소비자원과 연계해 국내 소비자와 해외 사업자간 중재 역할을 하는 국제거래 포털을 오는 9월에 개설한다.

한국소비자원 정동영 국제거래지원팀장은 10일 열린 아시아 소비자 정책 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제거래 소비자 피해구제 계획을 발표했다. 정 팀장은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로 피해를 입어도 국가별로 법과 관습이 다른데다 국가 간 협업채널도 없어 제대로 구제를 받을 수 없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직구를 포함한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소비자원이 인용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온라인 국제거래 건수는 560만건이었으나 2014년에는 1553만건으로 늘었다. 거래 규모도 4억7000만달러에서 15억달러로 뛰었다. 여기에는 한국 소비자와 외국 사업자간의 거래, 외국 소비자와 한국 사업자간의 거래가 포함돼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거래 관련 상담 건수는 2013년 2923건에서 지난해 6111건으로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항공권·항공서비스가 39.1%로 가장 많았고 의류·신발(26.8%), 숙박(7.6%), 신변용품(6.7%)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이유는 ▲취소 환불 지연 및 거부(32.%) ▲계약불이행(27.2%) ▲수수료 부당청구·가격불만(18.5%) ▲제품하자, AS불만(9.6%) 등이 있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이같은 피해를 입어도 사실상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국내 사업자에게 피해를 봤다면 소비자원이나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해외 사업자의 경우 그쪽에서 연락을 끊어버리면 손쓸 방법이 없는 탓이다.

이같은 어려움은 소비자원이 추진 중인 국제거래 포털을 통해 다소간 해결될 전망이다. 소비자원은 국제거래 포털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을 접수해 해당 국가의 소비자원이나 그에 준하는 기관에 전달하게 된다. 해당 기관에서는 피해사례가 접수된 사업자에게 문제 사실을 고지, 답변을 받아서 다시 한국 소비자원에 회부하게 된다.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문제를 당사자들이 해결하지 않고 각국의 기관이 중재를 해주는 셈이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사업자로부터 제품을 구입하는 ‘역직구’도 국제거래 포털의 영향을 받게 된다. 만약 일본 소비자가 한국 온라인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 일본의 ‘국경 간 소비자센터’에 상담을 접수하게 된다. 이 센터는 한국소비자원에 사례를 전달하고, 소비자원은 해당 사업자에게 피해 사례를 전달하고 답변서 제출을 요구하게 된다.

국제거래 포털에서는 해외직구족을 위한 정보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자주 피해를 호소한 사업자의 명단과 피해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공할 계획이다.

국제포털 운영과 관련해 협약이 확보된 국가는 베트남과 일본이다. 정동영 국제거래지원팀장은 “관계국들과 핫라인을 구축해 중국, 미국 등과도 상호 피해구제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2011년부터 국경 간 소비자불만 처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원 격인 국민생활센터 산하 ‘국경 간 소비자센터’(약칭 CCJ)다. 미국, 캐나다,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스페인 등 15개 해외기관과 협력 체계를 갖췄다. 일본은 CCJ 운영을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하고 있다. 

아시아 소비자 정책 포럼에 참석한 CCJ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접수된 상담은 1만1000건이다. 접수된 사건의 97%는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한 피해였다. 피해 유형은 모조상품을 배송하거나 사업자와 연락이 두절된 사기성 피해(33%)가 가장 많았다. 피해 발생 국가는 중국(38%)이 가장 많았고 미국(29%)이 뒤를 이었다. 한국(2%) 사업자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일본 소비자들도 일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