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가 국내 대표적인 쪽방촌으로 알려진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외부인이 숙박할 수 있는 체험관을 만들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구청은 관광객들이 쪽방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어려웠던 시절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삶과 가난도 구경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발상 자체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동구청은 12일 “괭이부리마을 내 2층짜리 주택을 리모델링해 옛 생활 체험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관광객들에게 낙후된 구도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다른 관광지와 연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구청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와서 1만원을 내면 하루를 잘 수 있다는 구체적인 운영방식까지 마련했다. 오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이 의회 본회의 심의에서 통과되면 다음 달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난을 상품화하려는 구청의 행동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구경거리가 되는 상황에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체험관 건립을 막기 위해 의회 본회의 기간인 13일부터 17일까지 1인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괭이부리마을은 한국의 슬픈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소다. 일제강점기 때 잠수함을 만들던 인부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고, 6.25 전쟁을 거치며 갈 곳 없는 피난민들이 하나 둘 정착해 지금의 낡고 허름한 쪽방촌을 이루게 됐다. 이후 1970~80년대엔 인천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온 이농민들의 거주지였으며, 현재는 홀몸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및 한부모 가정 등 소외계층 200여가구가 머물고 있다.

이번 체험관 논란은 나라에서 보듬어 안아야 할 소외주민들을, 구청이 직접 나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동구청은 관련 조례안을 폐지하고, 주거환경 개선 등 괭이부리마을에 직접 필요한 일에 눈을 돌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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