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단체들이 전망한 올 하반기 산업기상도에서 자동차, 조선은 여전히 ‘흐림’을 유지하겠지만 전자·IT는 상반기보다는 다소 나아진 ‘구름 조금’으로 예보됐다. 반면 건설은 상반기에 비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개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2015 하반기 산업기상도’를 조사,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IT, 기계, 건설 업종은 ‘조금 흐림’, 자동차·조선·철강,정유·유화,섬유·의류 등 5개업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하고 경기상황을 날씨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좋음, ‘구름조금’은 다소 좋음, ‘흐림’은 다소 나쁨, ‘비’는 나쁨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5 하반기 산업 기상도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전자·IT 유일한 회복세=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 업종은 ‘전자·IT’ 업종이 유일했다. IoT(사물인터넷)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흐림’을 나타냈던 상반기 실적이 하반기에는 ‘구름 조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IoT, 웨어러블기기 등 첨단제품이 쏟아지면서 우리나라 반도체가 인기를 끌고 있고 갤럭시S6, G4 등 신형 스마트폰의 해외수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5월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2014년 동월에 비해 27%까지 상승한 바 있다.

‘기계’는 상반기와 동일하게 ‘구름 조금’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자동차, 항공, 에너지산업의 투자확대에 따른 것이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 일반기계의 중국수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수출은 1~5월 11.3%까지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 기계류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 중국 기계업체들의 약진 등이 부진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은 상반기 ‘맑음’에서 하반기에 ‘구름 조금’으로 전망이 악화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부동산 부양책으로 해가 뜰 것으로 보이긴 하나 해외건설 수주액 감소로 전망이 나빠진 것이다. 대한상의는 민간부문의 건축물 착공신고가 지난해 말부터 증가추세를 유지하면서 올해 국내건설 연간수주액은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유가로 중동지역 공사발주 축소가 지속돼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25% 감소한 500억달러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엔저로 일본차와 경쟁 심화…자동차 ‘흐림’=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흐림’을 유지할 것으로 예보된 업종은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유화, 섬유·의류 등 5개 업종이었다.

먼저 자동차는 엔저로 인해 일본차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됐다. 미국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던 일본 중형세단 캠리는 현대차 쏘나타보다 고가였지만 지금은 두 차종 모두 같은 가격대(2만2000달러~3만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도 노동계 총파업, 개별 노사간 임금협상 난항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신차 출시, 미국시장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 강화 등으로 수출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종도 그리스 위기의 여파로 ‘흐림’으로 전망됐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사업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객인 유럽선사들이 그리스 위기에 움츠려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자재업체들은 선박건조 감소 전망과 함께 엔저에 따른 단가 인하 압박이 겹쳐 사정이 더 어렵다. 다만, 상선수주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등의 전방산업이 부진한 탓에 하반기에 ‘흐림’으로 분석됐다. 대한상의는 중국의 ‘저가철강 밀어내기’에 국내시장이 크게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14개국에서 61건의 조사가 진행될 정도로 통상마찰이 심화된 상황도 수출에 부정적 역할을 준다.

중국, 인도 등에서 설비경쟁이 심해지면서 정유·유화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정유업계는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체제가 80%에 이르고 TPA(98%), PVC(101%)는 이미 100%에 달해 중국 제품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기회복세, 동남아 기업의 신증설 제한 등은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섬유의 저가공세에 섬유·의류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가격경쟁력을 맞추기 위해 일부 면방업체들은 국내가동을 중단하고 해외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해외진출 의류업체도 현지에서 부분품을 조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도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한중 FTA로 국내패션 브랜드의 중국시장 진출확대, 원료가격 안정 등으로 수출감소폭이 상반기 –9.6%에서 -2.9%까지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의 전수봉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그리스 위기의 전이가능성과 함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국내경기의 회복세도 주춤거리고 있다”며 “정부는 경제활성화 정책에 더욱 강도를 높이고, 경제계도 계획된 투자와 고용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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