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로부터 채권추심을 당한 서울의 저소득 시민들이 ‘채무자대리인’ 서비스를 통해 채무를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채무자들이 대부업체 뿐 아니라 카드사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추심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대부업체의 채무로 제한돼 있는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적용대상을 전체 금융기관 채무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이하 공익법센터)가 13일 개최한 ‘채무자대리인 제도 1년 운영 현황과 개선과제를 위한 토론회’에 따르면, 공익법센터는 지난 1년간 대부업체 추심에 시달리는 저소득 서울시민을 위해 138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이 제도를 신청한 내용을 보면 대부업체 3~4곳에서 생계자금을 대출받고 갚지 못해 추심을 당한 사람이 많았다. 특히 채무자대리인 서비스를 통해 파산신청(55%), 개인회생( 19%), 개인워크아웃(18%), 변제(6%) 등의 채무조정을 마쳤다.

채무자대리인 제도 신청 및 지원 절차

<자료=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채무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무고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고, 채권추심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14일 법률 일부 개정을 통해 도입됐고, 그 해 7월15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아직 이 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이 많고, 또 서울과 성남시 외에는 채무자대리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와 변호사 단체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적용대상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태선 교수는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공정채권추심법(Fair Debt Collection Practices Act), 일본의 채권관리회수법, 영국의 소비자신용법(Consumer Credit Act) 등에서는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적용범위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대부업체의 채권추심만 규제하도록 한 현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공익법센터 엄승재 팀장 역시 “대부분의 저소득 채무자들이 대부업체 뿐 아니라 카드사, 신용정보회사 등 여러 곳으로부터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대리인 선임 시 채무자에 대한 연락 금지)에 따르면 채권추심자는 채무자가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 또는 법무조합을 채권추심에 응하기 위한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를 채권추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 채무와 관련해 채무자를 방문하거나 채무자에게 말·글·음향·영상 또는 물건을 도달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여신금융기관 등 사실상 대부업체 채무로 적용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17조(과태료)는 제8조의2를 위반해 채무자를 방문하거나 채무자에게 말·글·음향·영상 또는 물건을 도달하게 한 자에게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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