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7개 장애인 단체는 “재벌기업들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라”며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45%로 법정 기준인 2.7%에 못 미쳤다. 특히 30대 기업집단의 장애인 고용률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소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률이 현저히 낮은 민간기업 775곳의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30대 기업집단 중에서는 25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89곳이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 효성, LG 계열사 중에서는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장애인 고용률이 1.3%(고용노동부가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기준)에 못 미친 기업은 LG그룹의 계열사가 9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자동차(8개), 동부(7개) KT, GS(각각 6개), 한진, SK, 신세계, 금호아시아나(각각 5개), 현대중공업, 코오롱(각각 4개),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각각 3개) 등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는 국가·지방자치단체와 50명 이상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의무고용률 초과인원에 대해서는 장려금(국가·지자체 제외)이 지급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는 의무고용률에 따라 4단계로 차등해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피해가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고용노동부가 인증을 하는 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으로, 모회사가 이 사업장의 지분을 50% 이상을 소유할 경우 모회사에서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본다.

LG전자의 경우 의무고용인원인 900명을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하누리’를 설립했다. 하누리는 기숙사를 관리하는 업무로 시작해 스팀 세차, 카페테리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회사의 장애인 근로자는 초기 30명에서 지금은 155명으로 늘었다. 이중 중증 장애인만 90명에 이른다.

삼성, 롯데, 포스코, 효성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정부도 적극 장려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에 필요한 비용의 75%를 10억원 한도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 표준사업장 설립 후 3년간은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며 그 후 2년간은 50%를 감면해준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오전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활성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은 장애인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고용모델”이라며 대기업의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