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16일 열린 실전 영문 계약서·바이어 상담기법 설명회 모습   ©중기이코노미

그런데 Y사에 도착한 기계는 어쩐 일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Y는 기계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X에 항의했고, 제품에 대해 잘 몰랐던 X는 A에 재문의했다. A는 기계가 현지에 도착한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겼단 사실을 확인했고, 곧 이를 업그레이드해 X에 다시 테스트하게 했다.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Y는 더 이상 기계를 믿을 수 없다며 X와의 거래를 취소했다. X는 A의 기계가 이상해 중요 고객을 놓쳤다며 A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A는 출고 전 제품에 이상이 없었으며, 충분한 사전 테스트 없이 출시됐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X가 책임지기로 한 사실을 잊었냐며 맞섰다. 두 기업은 끝까지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에이전트 계약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종료되고 말았다.

외국 바이어와 협상시 상대방이 원한다고 해서 급하게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물건을 보내는 등 절차를 무시하게 될 경우 나중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지난 16일 주최한 실전 영문 계약서·바이어 상담기법 설명회에서 이창민 한국무역협회 현장자문위원은 “바이어와의 상담과정에서 미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원칙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위 사례처럼 서둘러 계약을 맺었을 경우, 막상 손해 보는 상황이 닥치면 바이어가 말을 바꿔 한국 업체에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선 해외 바이어와 미팅시 신속하게 응답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즉시 답변을 하지 않으면 바이어가 다른 셀러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자문위원은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안게 되는 위험부담이 바이어를 놓쳐서 발생하게 될 손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성실한 것과 상대방의 요구에 끌려가는 것은 다른 개념이란 뜻이다. 결국 협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곧 답을 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자료=중소기업진흥공단>   ©중기이코노미

더불어 순간의 실수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면, ‘방금 말한 내용은 잘못됐다. 내용을 정정하겠다’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일단 실수한 일에 대해선 바로잡기보다 덮어두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또 다른 실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정정하는 게 좋다.

또한 협상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거나 설득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여러 번 반복해서 내 의견을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이 자문위원은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를 얻어내기 위한 과정이다”며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걱정하지 말고, 중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몇 번이고 반복해 상대방이 이를 반드시 기억하게 하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바이어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이야기를 시작할 때 날씨, 국제적 이슈 등 업무 이외의 내용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좋다. 바이어의 사업현황에 대해 물어보면서 상대에 대해 친밀감을 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 중엔 ‘절대 안 된다’는 말은 자제하고, 이를 표현해야 할 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식의 완곡한 어투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거절할 일이 있을 땐 ‘고려해 보겠다’거나, ‘다음 주문시에 맞춰보겠다’고 하는 게 좋다. 가격을 흥정할 땐 최종 협상 가격을 고려해 첫 견적은 되도록 높게 책정하고, 이후 바이어의 할인요청에 응하며 생색을 내는 것도 필요하다.

바이어에게 적절한 정보를 주는 것 역시 성공적인 상담을 위한 필수 요소다. 회사규모, 설립연도, 연간 매출액 등이 명기된 회사소개서를 사전에 준비해 바이어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때 회사소개 자료에는 연혁, 제품의 특성, 납품실적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특히 회사 제품이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중간재)인 경우에는 다른 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특성을 소개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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