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장려도 모자랄 판에 어이없는 도서검열 논란이 벌어졌다. 사회문화에서의 복고 열풍이야 자연스런 현상이라지만, 법적권리가 침해되고 반민주적 행태가 벌어지는 현상은 좌시할 일이 아니다.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권력은 독서의 자유, 도서관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했다. 한 시민단체가 일부 도서에 대해 편향된 시각으로 저술됐다고 주장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 교육청이 이를 근거로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추천도서의 적절성을 재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이 시민연대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교육당국이 특정 단체의 입장표명과 여론의 압력을 받아,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현장에서 자기검열의 기제가 작동할 수밖에 없도록 지시를 내리는 것은 교사와 사서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일이며, 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문체부는 이후 해명자료를 통해 “공문 발송 시 ‘검열’이나 ‘금서 조치’ 등의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문 내용은 “공공도서관에서 이용자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추천도서가 절차에 따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선정될 수 있도록 추천도서 선정방법 및 선정기준을 사전 공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의 공문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시민연대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5월 초·중·고등학교에 보낸 공문에는 “해당도서를 이미 대여해 읽은 학생들에게는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과목과 연계해 지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시민연대는 “이는 학생의 독서이력을 검열하라고 교육당국이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는 도서관이 독자의 독서이력을 관리하는 일을 멈추어야 하고, 도서관이 정보 수집 등의 편의를 위해 개인정보를 축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서관은 도서반납 이후에 독자의 도서 대출 기록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이후 이 공문을 철회한 모양이지만, 일부 도서들이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목록이 삭제되거나 폐기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시민연대는 주장했다. 만일 도서검열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교육청 공무원한테서 이런 도서검열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이뤄졌다는 것이 첫번째 문제다. 그나마 도서검열이나 금서지정을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인식 정도가 문체부는 있었던 것 같은데, 교육담당 부서인 교육청에서는 이런 판단이 제대로 안됐다는 것이 비극적이다.

두번째는 기업보다도 한참 못미치는 개인정보 관리 실태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정의한 개인정보는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다. 독서이력을 통해 해당 도서를 읽은 사람이 누군지 식별 가능하다면 이건 이미 개인정보다. 당연히 최소한의 수집, 불필요시 즉각 폐기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개인기업이 개인정보를 이런 식으로 다뤘다면 이미 행정기관의 지도처분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도서검열 논란에 개인정보의 부적절한 이용이 담긴 공문까지, 발생해서는 안될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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