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0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은 형식적으로 승리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승리하지 못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경영권 승계 기반을 강화했을지 모르나 일련의 승계 과정에서 평판은 추락했다”고 말했다.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공식적으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자문을 받고 있는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를 권고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렸다”면서 “결국 삼성이 주총 표 대결에서 이겼다고는 하나 절차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11.88%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의 사안이 민감할 경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고 찬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앞서 SK C&C와 SK(주)의 합병 때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러나 SK와 닮은꼴 사례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때는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자체적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17일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을 전문위원회에 판단 결정을 요청하지 않아 이 건에 대해 심의하지 않았다”면서 “과거 선례나 규정의 취지에 비춰 봤을 때 전문위원회에 판단요청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한다”는 입장을 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합병이 “이재용의 삼성도 과거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시장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할 것이고,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은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은 지난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주총 참석률은 83.57%였고 이중 합병 찬성률은 69.53%였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16.5% 확보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은 오는 9월1일 부로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 존속법인이 제일모직, 소멸법인이 삼성물산이지만 존속법인의 명칭은 삼성물산이다. 합병회사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