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들의 전쟁이다.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 소식에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다음카카오에서는 아직 사업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대리운전업계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음카카오의 시장진출을 막기 위해 대리운전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리운전업주 “골목상권 침해” 제기=대리운전업주들은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이 대기업의 횡포라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전국대리운전연합회에 소속된 대리운전회사 대표 600여 명은 20일 오전 11시 다음카카오 판교오피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들은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이 “기존 시장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는 것”이라며 “막대한 자본과 조직을 갖춘 다음카카오가 시장에 진출한다면 기존 사업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죽음을 기다리는 시한부의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리운전업계가 술렁이는 이유는 다음카카오의 콜택시 서비스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탓이다. 카카오택시는 출시 100일 만에 500만콜을 넘겼고, 택시기사 회원 수도 11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지금은 고객으로부터 콜비를 받지 않으며, 다음카카오 역시 기사들로부터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도 초기에는 수수료 없이 운영하다 추후에는 유료화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현재 업계에서는 기사가 80%, 업체가 20%로 대리운전 수입을 분배하고 있다. 연합회의 홍보를 맡고 있는 ㈜전국대리운전 최환석 대표는 이날 집회 현장에서 “다음카카오가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일부 기사들이 환호하고 있으나 독점시장에서는 수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카카오가 정식으로 유료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사들은 노예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연합회가 벌금을 앞세워 집회에 참여할 회원사를 억지로 모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일뿐 실제로 돈을 걷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지난 11일 대리운전기사협회가 공개한  업주연합회의 집회 참여 공문을 보면 “참석하지 않은 대리운전회사에 대해서는 30만원을 행사비로 대체한다”고 적혀있다. 때문에 벌금을 무기로 회원사의 집회 참여를 강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리기사 “업체들이 골목깡패”=대리운전기사들은 그간 갑질을 일삼아온 업주들을 ‘골목깡패’라고 규정하며 골목상권인 대리운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대리운전기사들로 구성된 대리운전노동조합과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이날 업주들의 집회 현장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대리운전노동조합 김호진 위원장은 “대리운전업계의 실태를 모르는 시민들이 보자면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들어와 망하게 생겼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일지 모르나 업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주장은 허구”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대리운전회사들은 기사들의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고객의 차로 사고를 냈을 경우를 대비한 단체보험이다. 김 위원장은 “대리운전회사들이 보험사들과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면서 뚜렷한 근거도 없이 대리기사들의 보험료를 올렸다. 기사들이 보험증권을 받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료가 올랐다는 허위공지를 올리고 보험료를 가로챈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단체보험이 비리의 온상이 될 때까지 방관한 금융감독원에 항의의 뜻을 밝히며 지난 6월15일 집회를 열었고 1인 시위도 진행 중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 이창수 이사장은 “업체 측은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70% 인상해서 매월 13만원씩 가져가고 있으며 대리운전 앱 사용료, 벌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기사들을 착취하고 있다”면서 “보험료 인상에 항의하고 보험증권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대리기사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카카오의 시장진출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기는 했으나 마냥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이사장은 “다음카카오에 대한 대리기사들의 호의는 기존 업체들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대리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누구든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기사와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기 전에는 기사들에게 호의적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들의 권리는 누군가 대신 지켜주지 않으니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검토 사업 중 하나일 뿐”=다음카카오는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여러 영역을 검토 중이며, 대리운전도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다음카카오 홍보담당 이기연 매니저는 20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직 시장진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대리운전업계의 반발에 대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 입장을 밝히는 것이 또 다른 오해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