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과 관련 논란이 뜨겁다. 방심위는 인터넷 게시글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심의요청을 하고 삭제될 수 있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해당사자의 권리구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해당사자를 배제하고 제3자가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의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해야 맞다. 방심위가 개정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내세운 명분들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우선 방심위가 개정을 추진하게 된 계기부터 살펴보자. 방심위 측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심의규정은 반의사불벌죄 방식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심의규정 개정과 관련해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언론소비자단체 이태봉 사무처장은 “청와대를 모독하는 글에 대해 검찰이 직접 고소하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으니까 제3자가 고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심위는 정보통신망법을 심의규정의 상위법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따라 명예훼손 게시글에 대해서 심의규정과 정보통신망법이 충돌되는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심의규정은 명예훼손 게시글에 대해 친고죄로 처벌하고 있고, 정보통신망법은 반의사불벌죄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즉 피해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신청을 해야만 심의할 수 있는 친고죄 방식에서 제3자 또는 방심위 직권으로 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 인터넷투명성보고팀 손지원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제재명령과 방심위의 시정요구는 처분 주체 대상, 근거법률 등이 다른 별개의 제도”라며 “또 방통위와 방심위가 상하위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상하위 법규로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방심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10조2항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항은 불과 1년 전인 지난 2014년 9월 신설된 조항이다. 당시 방심위는 명예훼손 등의 권리침해정보가 피해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공개될 경우 오히려 당사자가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 조항을 만들었다. 1년이 채 안된 지금 방심위는 근거가 부족한 논리를 내세우며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해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만든 조항을 피해당사자 없이도 제3자가 요구하면 심의를 진행하고 삭제까지 할 수 있는 규정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국가기관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는 못할 망정 침해영역을 넓혀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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