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정부조달 가능 품목 및 서비스가 226개 군이나 됩니다. 사실상 모든 분야의 산업, 품목, 서비스가 정부조달 대상이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외국기업에도 조달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러시아 전자조달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이상준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 규모는 23조8132억루블을 기록, 우리 돈으로 약 419조원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국보다 3배 이상 큰 수치다.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 규모

국가 및 지방자치 조달, 공기업 및 특정 형태의 법인 조달 모두 포함한 수치 <자료=러시아 전자조달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 자료집>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은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러시아 조달시장 규모는 전년(20조2579억루블)보다 17.6% 증가했다”며 “현재 러시아가 시베리아 등의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도로나 발전소, 병원, 학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조달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우리 기업이 노려볼 만한 공공조달 분야로 의료·보건 부문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공공조달 계약을 많이 체결한 상위 5개 발주기관 중 3곳이 의료·보건 관련 기관이었다”며 “러시아가 의료개혁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엔 의료시설 운영 서비스도 주요한 조달 부문으로 떠오르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연방조달청이 발표한 2014년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조달 발주기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공공조달 계약을 체결한 정부기관인 노보시비르스크 시 정부기관(2423건)의 조달품목은 대부분 의료용 조제물질과 의료제품이었다. 또한 ▲바쉬코르토스탄 공화국 보건부 물질적-기술적 지원 정부기관(2086건) ▲스베르들롭스크 주 제1병원(2031건) ▲모스크바 시 보건 부처(1984건) 등 조달 건수가 많은 상위 기관들이 모두 보건과 연관돼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조달 상위 10대 발주기관

<자료=러시아 전자조달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 자료집>

그러나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은 매력도가 높은 만큼 진입장벽 역시 높다. 러시아가 대외적으로는 외국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지 않지만, 실상은 국가 조달 웹 사이트(www.zakupki.gov.ru)에 벤더로 등록할 수 있는 기업을 러시아 현지 법인으로 한정하는 등 규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열린 러시아 전자조달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이상준 국민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현지 법인으로 참여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러비즈니스협의회(KRBC) 박종호 대표는 “러시아가 외국기업엔 국내 기업과 다른 입찰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현지 법인 설립만으론 조달을 따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경험이 풍부한 현지 파트너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정부조달 기관에 등록된 벤더 정보를 입수해 하도급 업자(Sub-Contractor)로 진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한 근거로 러시아 공공조달 시장의 낮은 투명성을 지적했다. “많은 기업들이 정부기관 내 연결고리를 확보해 미리 공공조달 정보를 파악한다”며 “현지 법인이나 지사들은 대체적으로 대정부 로비, 영업능력에 한계가 있어 입찰에 대한 사업정보 입수, 접근 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해 KRBC는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 조달시장 관련 법규, 참여 조건, 입찰 절차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RBC는 최근 러시아 연방정부 산하기관인 전자입찰시장협회(AETP)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기업에게 거래선 발굴 및 전자조달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해 준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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