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국내 기업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불법적인 행위로 피해를 입힌 사실이 확인됐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의 의뢰를 받은 이탈리아 해킹팀은 국내 유수의 모바일게임 설치파일에 해킹용 악성코드를 심는데 성공했다. 표적이 된 게임은 애니팡2, 모두의 마블, 드래곤 플라이트, 쿠키런, 캔디팡 등 인기 모바일게임이다.
다행히 이들 게임을 이용하더라도 반드시 휴대전화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 내려받은 게임 설치파일에는 이상이 없다고 관계사들은 밝혔다.
문제는 소위 ‘어둠의 경로’를 통해 게임을 설치한 경우다.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링크를 전파하고, 이 링크를 통해 게임을 설치한 경우에는 이탈리아 해킹팀이 심어놓은 원격제어시스템(RCS)을 통해 휴대전화 해킹이 이뤄진다.
국정원의 해킹 시도 소식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정식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려받은 사용자들도 자신의 휴대전화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 우려를 표하고, 검사방법을 문의하는 모습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톡에 기반한 모바일게임들의 경우, 사용자들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친구를 초대하는 기능을 대부분 탑재하고 있다. SNS와 게임을 접목한 경우로, 애니팡의 성공배경으로 꼽히는 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친한 친구의 이름으로 전달된 카카오톡 메시지 속 링크조차 함부로 클릭하기 어려워졌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게임이 설치되고, 이를 통해 내 휴대폰이 해킹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결과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국내 게임회사에 도움은 못줄망정, 사업에 피해를 입혔으니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국정원이 어떤 의도로 국내 유력 모바일게임 설치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었는지를 우선 규명해야 한다. 관련 기술을 통해 실제로 악성코드를 유포하고 해킹에 성공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전염병이 퍼질 때는 감염자들의 경로를 파악해서 다른 감염자가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국정원의 해킹사건 역시 악성코드 유포 경로를 낱낱이 밝혀야 수백만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의 우려를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임자 처벌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가 불법행위로 국민을 감시하고 기업에 피해를 주는 일이 더 이상 좌시될 수 없다는 점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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