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아주 중요한 내용을 살펴볼 겁니다. 바로 저작권의 침해입니다. 지금까지 저작권의 성질에 대해 많이 알아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작가들 입장에서 누가 내 그림을 가지고 엽서를 만들어 판다든지, 인터넷에 무단 올린다던지, 내 것을 자기가 그렸다고 하고 다닌다든지 할 경우에 못하게 하고 손해배상을 받는 것 아니겠어요? 이 모든 나쁜 행위를 바로 ‘저작권의 침해’라 합니다. 오늘 알아볼 것은 저작권의 침해를 구성하는 ‘요건’을 알아 볼 것입니다. 형사적으로 요건은 ‘구성요건’이라 하고 민사적으로 요건은 ‘요건사실’이라고 하긴 하지만 어쨌든 둘 다 ‘요건’이라고 하지요. 왜 요건을 알아봐야 할까요? 요건이란 법조문에 ‘적혀있는’ 말을 말합니다.

즉 “A하고 B한 경우에 저작권 침해입니다”라고 적혀있다는 것이지요. 이게 왜 중요한가요? 바로 ‘애매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법에 객관적으로 ‘요건’을 정해놔야 서로 싸움이 없겠죠. 저작권침해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원고는 (1)저작권의 소유 (2)피고의 권한 없는 복제를 반드시 구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저작물’이 아닌 ‘비슷한 저작물’을 만들어내서 무단으로 쓰는 ‘표절’의 경우는 어떨까요? 엄밀히 말하면 원저작물 표현의 무단 이용이 아닌 ‘아이디어’의 이용이라고 볼 수 있는 표절은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그러나 표절도 너무 심한 경우 제지를 할 필요가 있어 특정한 ‘요건’이 성립할 경우 표절도 저작권침해가 됩니다.

그래서 판례를 통하여 표절의 경우에는 (1)원저작물로부터 “접근, 의거”할 것(주관적 요건) (2)원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객관적 요건) (3)원저작물의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의 침해일 것이라는 기준이 표절의 저작권 침해를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실용적 기준으로 확립되었습니다.

표절의 주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인 “의거”하였음이란 해당 문제 저작물이 원저작물에 의거해서 작성되었다는 말입니다. 대법원은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①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② 대상 저작물과 기존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사실상 추정된다고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접근”이란, 피고가 실제로 원고의 저작물을 보았거나 그 내용을 알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보거나 접할 ‘상당한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판례에 따르면 이는 피고가 원고 저작물을 접해서 현실적으로 읽거나 보거나 들은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을 알고 있어서 그에게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이 있으면 충족된다고 합니다. 약간의 가능성(예를 들면 원·피고간 같은 도시에 산다는 등)만으로 상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합리적인 가능성(합리적인 기회)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 특히 원·피고 모두와 관계가 있는 제3자가 원고의 작품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또는 원고의 저작물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사실의 증명으로 접근의 증명이 가능합니다. 접근이란 정황 증거로도 입증될 수 있습니다. 후에 만들어진 저작물이 먼저 만들어진 저작물의 변경 내지 변형이라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첫째, 후에 저작물을 만든 자가 저작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먼저 만들어진 저작물을 보거나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의 여부와 둘째, 위 두 저작물이 외형상 객관적으로 보아 현저하게 유사한지의 여부(즉 후에 만들어진 저작물이 새로운 창작물인가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표절의 객관적 요건

두 번째로 객관적 요소인 실질적 유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실질적 유사성이란, 양 작품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나, 실질적으로 같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즉 유사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는 중간영역의 유사성이 있는 경우에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있어야 위법한 복제라고 할 수 있는지의 기준이죠. 저작권 침해여부의 기준으로서 실질적 유사성은 양적 판단 기준이라기보다는 질적 판단기준이라서 유사점이 양적으로 많지 않아도 보호 대상물의 중요한 부분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됩니다. 물론 실제 사건에서는 양적인 부분도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질, 양이 실질적 유사성을 결정하느냐는 질문에는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를 “저작권법상 가장 어려운 문제이고, 일반적인 기준을 세우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고 합니다. 소설 등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들은 이 실질적 유사성 판단기준에 대한 판례가 있습니다. 어문저작물에서는 대법원 판결에서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fragmented literal similarity)이 있는 경우(예를 들어 어문저작물의 특정 글귀가 똑같은 경우)뿐 아니라, 문구가 완전 같지는 않으나 전체적인 느낌이 유사한 경우 즉 포괄적, 비문자적 유사성(comprehensive nonliteral similarity) 모두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할 근거가 된다고 합니다.

음악저작물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6마디 이상 같으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적어도 다음 판례의 기준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도 있고, 그보다 많아도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판례는 음악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를 비교하게 되며, 특히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 및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미술의 실질적 유사성 기준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미술의 영역은 감상자에 따라 관점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기타 다른 예술의 영역보다도 더 표절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표절 시비에서 비평가들이 다르게 논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술분야에서는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를 외관적으로 판단하는 ‘외관이론’이 가장 적당하다고 하는 것이 다수설입니다. 외관이론이란, 일반적인 저작물 수요자의 입장에서 두 작품의 ‘전체’를 비교하여 양 작품의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유사한지 여부에 따라서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의 침해일 경우에는 ‘표절’

세 번째로 문제작품이 원저작물의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의 침해여야만 합니다. 대법원은 미술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은 저작물이 소재로 삼은 동물, 의성어, 색깔, 물건이 동일할 뿐 표현이 상이한 때에는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고, 미국의 시각예술 표절의 저작권 침해여부에 대한 선구적인 리딩 판례로서 1946년 있었던 저작권 침해의 케이스인 Arnstein 사건에서도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하여 실질적 유사성을 입증하려면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의 침해인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급심 판례에서도 원고의 삽화의 기본소재와 배치, 전체적인 구도 및 형태 등에 있어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기본소재만 동일할 뿐 색상, 형태, 배치를 통한 전체적인 구도 등에서 차이점이 크면 실질적으로 유사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문학·학술 또는 예술에 관한 사상·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므로, 2차적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원저작물에 새롭게 부가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하고 독창적인 표현만이 보호된다는 저작권의 일반이론에 따른 것으로 아이디어의 모방이나 아이디어의 유사성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를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입니다.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를 구분하는 이론들이 있습니다.

① 저작물의 구체적인 표현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서 아이디어와의 경계를 찾는 추상화이론(abstractions test)

② 저작물이 가진 패턴을 따져보아 경계를 찾는 유형이론

③ 두 작품의 ‘전체’를 비교하여 양 작품의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유사한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한다는 총체적 느낌 기준(total conceptand feel)

④ 원래 같은 대상에 대한 표현이라서 두 작품이 서로 유사해도 실질적으로 유사한 것은 아니지만, 두 작품을 미학적으로 테스트 해 볼 경우 같다고 볼 수 있다는 미학적 느낌(aesthetic appeal)

⑤ 대상을 추상화 → 여과 → 비교하여 단순한 기본 부분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는 연속 투과 접근법(successive filtering approach) 등이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일반인(관람자) 기준’으로 내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저작권침해여부, 자세히 들어가면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표현에 대한 침해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누가’ 내리는 걸까요? 물론 법정 소송으로 간 경우 ‘판사’가 내립니다. 그러나 판사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자문이나 원·피고의 주장을 참고하여 어떤 기준에 따라 내리는 것이지 판사의 개인 마음으로 내리지 않습니다.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현재 판례는 “일반인(관람자) 기준”입니다. 즉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사람은 미술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 기준이 적용되어, 일반적인 관람자들이 양 작품을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것인지를 고려하여 사실 확정에 쓰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술 저작권침해에 있어, 과학적 분석, 전문가 증언은 잘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전문가 증언은 보통 예술작품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간의 저작권 침해 다툼에서 사용됩니다. 판례는 두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 여부를 반드시 저작, 창작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감정에 의해서만 판단해야 되는지 여부에 대해 두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 여부를 반드시 저작, 창작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감정에 의하여서만 판단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엘지전자 스마트비즈니스센터 김별다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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