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및 LCD 사업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문제 보상을 위해 1000억원의 사내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법인 설립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3일 삼성전자는 1000억원을 사내 기금으로 조성해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질환을 얻은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조정위가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공익법인을 설립하라고 권고한지 11일만이다.

삼성전자는 보상금 지급뿐 아니라 연구 활동에도 이 기금을 쓰겠다고 했다. ▲반도체산업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연구조사 ▲반도체 중소기업 산업안전보건컨설팅 ▲반도체 산업안전보건전문가 양성 ▲해외사례 조사 ▲기타 반도체 산업 안전 보건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보상금 대상자는 삼성전자와 상주 협력사에서 반도체와 LCD 생산 등 작업 공정, 관련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한 근로자다. 2011년 1월1일 이전에 입사해 1996년 이후에 퇴직한 사람만 대상으로 한다. 조정위는 2011년 이전 입사자 모두를 대상자로 삼으라고 요구했으나 그렇게 할 경우 수십년 전에 퇴사한 사람도 포함되므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보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아무리 상주 협력사라 해도 회사 소속이 아닌 사람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현행 법체계와의 충돌할 우려가 있어 고심이 많았다”면서도 “이번 사안을 개인적 보상이 아니라 지원과 위로 차원의 사회적 부조(扶助)로 접근하라는 조정위의 취지를 반영해 상주 협력사 퇴직자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법인 설립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 보상을 실시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상설기구와 상근인력 등을 갖춰 재원을 소진하는 것보다는 피해자들에게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 가족들은 지난 8년간 보상을 두고 공방을 벌여왔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 근무했던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문제가 본격화됐다. 이후 백혈병, 암 발병 직원들이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양측은 지난해 말 민간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조정위원장을 맡고 있고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가 조정위원으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