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발효를 앞두고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그러나 중국은 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우호적인 시장은 아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문화산업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만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 중 서비스산업 금지분야에는 언론사, 출판사, 방송국, 영화제작사, 배급사 등이 포함돼 있다. 방송, 출판 등 파급효과가 큰 분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다.

6일 중국 문화산업 진출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CJ E&M 김성훈 자문위원에 따르면 외국 법인은 중국 방송국과 방송프로그램 제작업에 지분 참여를 할 수 없다. 판권을 수출한다 해도 외국드라마에 대한 쿼터제가 시행되고 있어 편성이 쉽지 않다. 외국드라마가 편성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TV와 영화를 관리감독하는 광전총국으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중국의 시청자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방송국에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7일 중기이코노미에 “외국드라마가 중국 방송국에서 방영되려면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별그대’의 경우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중 합작 영화를 제작 중인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한국 방송국들은 이같은 상황을 알기에 작품을 제작하면 방송국 대신 인터넷 동영상 업체들을 먼저 찾아가는 실정”이라고 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수입을 벌어들이는 원천은 포맷 수출이다. 국내 기업이 저작권료를 받고 아이디어를 판매하면 현지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다시 방송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SBS ‘런닝맨’을 비롯해 KBS ‘출발드림팀’, MBC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등이 중국에 방송 포맷을 수출했다. 지난달 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송 포맷 수출액은 2013년 기준 309만9000달러(약 37억원)였다.

영화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발간한 ‘2014 한류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외화 수입쿼터를 시행하는 나라로 연간 60여 편의 외화만 개봉을 허용한다. 분장제(양국이 정한 비율에 따라 흥행수익을 분배하는 방식) 영화가 34편, 매단제(완성된 영화를 판번에 판매하는 방식) 영화가 약 30편이다. 거액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분장제 영화는 대부분 할리우드 대작의 차지라 한국영화는 5편 내외라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이처럼 제약이 많은 탓에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산업연구원 박정수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워 예상만큼 큰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외국기업을 규제하는 동안 현지 기업들은 상당부분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방송, 영화보다는 게임이나 다른 콘텐츠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문화 콘텐츠는 매출 자체보다 한류라는 브랜드를 통해 여타 업종에 미치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지난해 ‘별그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김수현이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뚜레쥬르 베이징 지점과 상하이 지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70%까지 올랐다. 중국에서는 ‘별그대’를 이용한 여행상품, 모바일게임, 공연을 개발 중이며 드라마에 등장했던 N서울타워, 가평 쁘띠프랑스, 인천 송도캠퍼스는 중국 관광객들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