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임시공휴일을 불과 열흘 전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정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며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발표한 것이다. 광복 70주년이 갑자기 결정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급박하게 임시공휴일을 지정해야 했던 것일까.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관공서는 예정된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바쁘다. 한국은행은 14일로 예정돼 있었던 금요강좌를 취소했고, 한국환경공단은 이날 예정됐던 세미나를 다급히 10일로 조정했다. 관공서가 진행하는 행사는 최소 한 달 전에는 확정되는데 불과 열흘을 앞두고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각 기관에 혼선이 빚어졌다. 

이번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라는 정부안에 한국도로공사는 반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빚더미에 앉아있는 도로공사가 통행료를 면제해줄 경우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같은 언론 보도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으나 찜찜함은 여전하다. 통행료 면제로 발생하는 손실분을 민자도로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전해주면서 도로공사의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해주지 않기로 결정한 탓이다. 결국 손실은 도로공사가 떠안고 생색은 정부가 내는 꼴이 됐다.

중소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단체의 얘기일 뿐 현장의 목소리는 상반된다. 생산업체들은 납기일을 맞춰야 하므로 14일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래 전에 임시공휴일이 결정됐다면 납기일을 조정해볼 여지가 있었겠으나 갑작스레 정해져 어려운 실정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쉴 수 없게 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휴일에 일한다는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게 됐다.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은 임시공휴일 지정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최대 1조3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유발될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하기도 했다. 경제활동인구 중 절반이 쉰다는 가정 하에 나온 자료로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경제유발효과도 명확하지 않고 잡음만 무성한데 정부가 왜 굳이 공휴일 지정을 강행했는지에 물음표가 남는다. 광복절을 맞아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해 주기 위한 꿍꿍이로 술수를 쓴 것은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