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차 부품 협력사 광진상공 생산라인. 도어 모듈, 윈도우 레귤레이터 등을 생산·판매하는 이 업체에서 현대와 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납품액은 2009년 312억원에서 지난해 2272억원으로 7배 가까이 커졌다.<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현대·기아차의 1차 부품 협력업체들이 지난해 GM, 폭스바겐 등 현대·기아의 글로벌 ‘경쟁사’에 납품한 금액이 1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협력사와 ‘경쟁사’와의 거래량 증가에는 현대·기아 양사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은 현대·기아차 1차 부품 협력사 300여개사가 지난해 GM, 폭스바겐, 포드, 닛산, 크라이슬러 등 해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 총액이 총 9조66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일 발표했다. 르노삼성, 한국지엠(쉐보레) 등 국내 납품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기아 1차 부품사 해외 업체 납품액

  ©중기이코노미

a=국내생산직수출액

b=해외생산판매액

단위=억원.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지난해 실적은 2011년 5조4000억여원 대비 79% 급증한 것이며, 2012년 8조7000억원에 비해서는 96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실적을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약 76.3억달러(2013년 평균환율 달러당 1266원 기준)로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들여온 육류 전체 수입액(28.8억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번 발표에서 총납품액은 협력사가 한국에서 해외 완성차 업체에 직접 수출한 ‘국내생산 수출액’과 해외 현지 진출한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해외 완성차 업체에 판매한 ‘해외생산 판매액’을 합한 수치다.

조합 측은 이러한 급증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현대·기아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들었다. 협력사와 협업으로 개발한 부품을 경쟁업체에 납품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이들 협력사가 글로벌 부품업체로 성장할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독점적 거래’가 아닌 ‘동반성장’을 자사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았다는 것이 조합의 평가다.

부품 공급처 다변화에도 양사의 역할이 컸다. 2002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부품 수출 해외로드쇼’ 개최를 지원하는 등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해 협력사의 해외 인지도를 올려줬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기아 해외 생산거점 구축이 경쟁사와의 거래를 늘리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조합 최문석 통상기술지원실장은 “해외 현지생산 물량으로 잡힌 납품액은 대부분 현대·기아차와 부품업체가 동반진출한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으로, 부품업체 개별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금액은 매우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는 초기 투자비, 해외 경험 등 협력사의 아킬레스건을 보호하기 위해 금형·설비 분야 자금조달 지원, 수출입은행 업무협약을 통한 금리우대 대출지원 등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예를 든 도어 모듈, 윈도우 레귤레이터 생산 1차 협력사 광진상공은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GM, 르노,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납품액을 2009년 312억원에서 지난해 2272억원으로 7배 가까이 키웠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