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정부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4%로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26위에 머물렀다. 이는 OECD 평균(41.8%)을 한참 밑도는 것은 물론,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인도네시아(5위), 터키(10위), 브라질(24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또한 사법제도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도 역시 OECD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27%(2013년 기준)로,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39위를 차지했다.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3개국밖에 없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사법제도 신뢰도는 54%로, 한국과 비교해 상당히 높았다.

한국 정부의 신뢰도가 바닥을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글로벌 홍보기업 에델만이 주요 27개국 정부의 신뢰도를 평가해 발표한 ‘2015 에델만 신뢰 바로미터’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신뢰도는 33%로, 평가 대상 27개국 가운데 멕시코와 공동으로 2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행정·사법부에 대한 믿음이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정부의 지난 국정운영을 되돌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민생과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던 정부였지만 전셋값 폭등, 담뱃값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기만 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같은 재난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에 끝없이 실망해야 했다.

신뢰는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다. 정부가 올바르고 공정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이 없다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도 여론이 국정운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나타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OECD의 조사 결과는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정부가 진정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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