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법인의 지분을 51% 취득하기 위해 D사는 이 내용을 사전에 지정외국환은행에 신고했다. 얼마 후 D사는 공동투자자로부터 현지법인의 지분 20%를 무상으로 취득하게 됐다. 외환이 오가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 건 역시 외국환거래규정 제9조의 5를 위반하는 행위로 적발됐다.

관세청과 금융감독원은 서울세관에서 지난 10일 외국환거래제도 설명회를 열고, 국내기업들이 위반하기 쉬운 외국환거래규정을 소개했다.

◇2000달러 이상, 지정외국환은행 이용해야=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을 거래하는 개인 또는 기업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 제도 위반이다. B은행으로 대금을 빌려주고 C은행으로 회수한 A사 역시 이를 어긴 사례에 해당한다. 지정거래외국환은행 제도란 환전, 해외송금 등 외국환 거래를 하고자 할 경우 특정 외국환은행을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은행과 점포를 지정거래외국환은행으로 지정할 수 있으나 일단 은행을 정하고 나면 그 은행을 통해서만 거래를 해야 한다. 해당 은행에서 고객의 거래내역과 사후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외환거래를 한 은행을 통해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정거래외국환은행 제도 기준금액은 미화 2000달러다. 거래금액이 2000달러 미만일 경우 지정은행이 아니라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으며 별도의 신고의무도 없다.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지정외국환은행의 장에게 거래 사유와 금액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10% 이상 지분 투자시 반드시 신고=외국환거래법에서 해외직접투자는 지분투자와 대부투자로 나뉜다. 해외직접투자에 관한 신규 신고나 변동 사항은 지정거래외국환은행에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분투자는 증권 취득을 통해 외국법인의 지분을 10% 이상 투자하는 경우다. 이미 지분을 투자한 외국법인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투자는 이미 지분투자한 외국법인에 1년 이상 장기로 금전을 대여해주는 것을 말한다. 1년 이하의 단기 금전대여는 해외직접투자가 아닌 비거주자에 대한 금전대출로 분류되므로 외국환은행이 아닌 한국은행에 신고를 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거래자들이 신규 신고 의무는 비교적 잘 이행하는 편이나 변경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아 외환거래법 위반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현지법인의 자회사, 손자회사 설립이나 현지법인에 대한 해외직접투자자의 지분율 변동 등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변경 신고를 해야 한다. 

해외의 공동투자자로부터 무상으로 지분을 취득한 D사는 이같은 변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다. 금감원은 “해외직접투자 거래당사자는 송금 내용이 없더라도 현지법인의 지분을 취득하기 전에 신고를 해야한다”면서 “사전신고 의무를 누락한 경우에는 제재기관의 제재를 받은 뒤 사후신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신고는 거래 전 사전신고가 원칙이나 일부 경미한 변동사항에 대해서는 3개월 내 사후보고도 허용된다. 사후보고가 허용되는 경우는 ▲투자자의 상호·대표자·소재지, 현지법인명, 현지법인 소재지 변경 ▲현지의 예상치 못한 사정에 의해 변경된 사항으로, 추가 투자금액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주요 사항을 보고해야 할 의무도 있다. 해외직접투자자는 외화증권 취득보고서, 송금 또는 투자 보고서, 연간 사업실적보고서, 청산보고서 등을 외국환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제대로 신고 안하면 벌금 최대 1억원=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면 모든 신고는 사전신고가 원칙이다. 제때에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 경고 처분을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2년 이내에 2번 이상 외국환거래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최대 1년까지 외국환거래를 정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신고 의무를 위반한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