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은 11일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사태는 롯데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호텔롯데의 일본 계열사 지분을 축소하고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겠다고도 했다. 신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대략 7조원이 필요하다. 그룹 순수익의 2~3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를 강행할 경우) 연구개발과 신규채용 등 투자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 “현 상황을 깊이 고민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전환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해명도 잊지 않았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는 기업공개를 통해 소유구조가 분산돼 있다. 한국에 상장된 계열사 8곳의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일본 롯데에 대한 배당금은 한국 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 롯데호텔은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 창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일 롯데의 핵심적 지배고리로 지목된 L투자회사는 롯데호텔을 투자하기 위한 법인이었다고 설명했다. 1972년 롯데호텔 설립 당시 일본 롯데제과를 포함한 여러 롯데계열 기업들이 공동투자에 참여했고, 투자 부문에서 남은 법인들이 오늘의 L투자회사라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이 부정 여론을 피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롯데그룹은 소유·지배구조 문제 개선과 더불어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롯데는 불투명한 소유 지배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동산투기, 일감몰아주기, 특혜적 면세점 사업, 소비자들에 대한 불공정행위, 비정규직 활용을 통한 노동비용 절감으로 재계 5위까지 성장했다”며 “이같은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롯데는 당연히 해야 할 순환출자 해소와 중장기적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 추상적인 내용만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핵심 계열사들의 주주를 정확히 공개해야한다고도 했다. 경실련은 “롯데의 국적논란은 일본계 지분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부산 롯데호텔 부지를 사들이면서 외국인투자촉진법 적용을 받아 세금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이를 해명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롯데가 진정한 한국 기업임을 주장하려면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정확한 주주들의 실체와 소유, 지배구조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