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집단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한 자료가 나왔다.

1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대기업집단 중 순환출자 고리를 가진 8개 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 27조1524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해소 비용은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산출했다.

롯데는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대홍기획→롯데제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한국후지필름, 롯데제과, 롯데정보통신,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대홍기획 등 6개의 계열사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핵심 계열사 3곳의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다.

6개 계열사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의 지분가치는 2조4559억원으로, 이 금액이 순환출자 해소 비용이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데 7조원이 든다”고 밝힌 데에는 이 금액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CEO스코어의 설명이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비용이 17조834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자동차는 4조7435억원, 현대백화점은 6106억원, 현대중공업은 5924억원으로 추산됐다.

기획재정부는 순환출자를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이 다시 A기업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늘리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자본금 100억원을 가진 A사가 B사에 50억원을 출자하고 B사는 다시 C사에 30억원을 출자하며 C사는 다시 A사에 10억원을 출자해 자본금과 계열사 수를 늘리는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A사는 자본금 100억원으로 B사와 C사를 지배하는 동시에 자본금이 110억원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증가한 10억원은 장부에만 나타나는 숫자일 뿐 실제 입금된 돈은 아니다. 또한 B사가 부도나면 A사의 자산 중 50억원은 사라지게 된다.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