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발행된 결혼증서. 임시정부가 발행한 결혼증서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주례에 김구, 증혼에 조소앙 선생 외에 소개자도 나와 있어 특이하다. <자료=경기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행한 결혼증서가 공개됐다. 1943년에 만들어진 이 증서는 임시정부가 발행한 결혼증서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주례 김구, 증혼 조소앙’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는 독립운동가 후손인 박천민(60·여)씨가 기증한 독립운동 관련 유물 2129점을 바탕으로 ‘어느 독립운동가 이야기’ 특별전을 지난달 23일부터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10월25일까지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박천민씨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박씨의 할아버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박찬익 선생(1884∼1949)이다. 그는 1911년 2월 만주로 망명한 이후 길림에서 대한독립 의군부를 창설하는 데 참여했으며, 1919년 대한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9인 중 한 명이다.

외할아버지인 신건식 선생(1889~1955)은 임시정부 재무부차장, 큰외할아버지인 신규식 선생(1879~1922)은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냈다. 아버지 박영준(1915∼2000)씨는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를 조직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에서 근무했으며, 어머니 신순호(1922∼2009)씨 역시 광복군의 일원이었다.

박씨의 기증품 중에는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1943년 임시정부 발행 결혼증서를 비롯해 김구, 박찬익 선생과 윤봉길 의사에게 폭탄을 만들어준 중국인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 주소와 출처가 나온 유일한 상해 임시정부 청사 사진 등 희귀한 독립운동 관련 유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한 신순호 선생이 독립운동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입었던 치파오(중국 전통의상) 등과 함께 당시의 주전자, 비눗갑 등 일제강점기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도 많다.

박찬익 선생(뒷줄 오른쪽)이 1940년 백범 김구 선생(앞줄 가운데)과 함께 찍은 사진. 김구 선생 양 옆에 자리한 사람은 윤봉길 의사에게 폭탄을 만들어 준 중국인 왕백수 부부(앞줄 양쪽)이다. <자료=경기도>

상해 임시정부 청사 건물사진으로, 시기(1910년)와 출처, 주소 등이 나와 있는 유일한 자료. <자료=경기도>

박씨는 “집안에서 소중하게 간직하던 유물을 사회에 기증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보고 독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증 배경을 전했다. 그녀는 “광복 70주년이라 기념식 등 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아쉽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독립운동을 하신 선조 덕분에 독립된 나라에 살고 있다”며 “독립운동가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도 감사함을 따뜻하게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