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달 전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을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총수 등 비리 기업인에 대한 특사를 단행했다. 

13일 법무부는 서민생계형 형사범, 중소영세상공인을 포함한 경제인 등 6527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경제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옥 한화그룹 여천NCC 대표이사 등 14명이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제외됐다.

법무부는 사면 이유로 경제 활성화와 국민적 공감대를 거론했다. 해당 경제인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 죄질 및 피해회복 여부,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면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면이 되도록 기준과 원칙을 세웠다고도 했다. 최근 6개월 내 형 확정자, 형 집행률이 부족한 사람, 현 정부 출범 후 비리 사범, 추징금·벌금 미납자, 사회봉사 미이수자, 5년 내 특별사면을 받은 사람은 배제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이번 사면에서는 입찰담합으로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된 기업들에 대한 행정처분도 해제했다. 건설업체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서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불가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면은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범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된다”면서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경제인 사면을 단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경제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기업인 사면의 폭을 줄였다고는 하나 왜 이들이 사면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 불가 원칙을 스스로 깼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경제살리기라는 사면 근거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특별사면의 목적이라는 경제살리기나 국가 발전이라는 개념은 모호하고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기업인 사면을 강행한 것은 정부가 내세운 국민 대통합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사 행정처분 해제에 대해서는 “담합은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법행위다. 공정위가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근절되고 있지 않는 상황인데 이들에 대한 행정제재를 일시 해제한 것은 그동안 담합 근절과 경쟁질서 확립에 힘써온 공정위와 시장의 자정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