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40개 공기업·공공기관의 현직 기관장·감사 689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공기관에서 자체 승진한 기관장과 감사는 125명으로 전체의 18.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2명이 채 안 되는 수치다. 나머지는 모두 주무부처나 정계 등 권력기관에서 선임된 낙하산 인사였다.

특히 관료 출신 인사가 총 221명으로 전체의 32.1%에 달했다. 3명 중 1명은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관료 출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지칭)인 것이다. 관피아들은 주로 해당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 많았다. 기관장의 경우 73명(23%)이, 감사의 경우 31명(8.5%)이 해당 기관의 직속 주무부처 출신이었다. 부처별로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래창조과학부(14명), 농림축산식품부(8명), 해양수산부(7명), 문화체육관광부(6명) 순으로 관피아를 양산했다. 교육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특허청(각 5명)과 고용노동부, 외교부, 중소기업청(각 4명)도 관피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 문제가 세월호 참사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다”면서 “관피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公言)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1년 전 발언은 빌 공(空)자 공언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강조하던 공기업 개혁에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와 비리를 바로잡지 않고선 공기업 경영이 정상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능력과 전문성에 의해 공공부문 경영자가 발탁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관피아 척결 없이는 공공기관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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