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강기능식품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짜 백수오 파동이 내츄럴엔도텍의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은 사실이나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소비자들은 제품을 판매한 홈쇼핑회사와 내츄럴엔도텍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형국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에 원재료 진위확인을 의무화한다. 식약처 김솔 건강기능식품정책과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기능식품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백수오 파동으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신이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줬다”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개정안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원재료의 진위 여부를 시험, 검사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검사 결과는 기록한 뒤 보관해야 한다. 백수오 사태에 대입시켜 보면 제조업체들이 백수오 재배농가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으면 해당 제품이 진짜 백수오인지를 확인해야한다는 의미다. 

건강기능식품 제조, 수입, 판매업체에 대한 이력추적관리제도 시행된다. 유통과정을  밝혀 향후 문제가 생겼을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연 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인 제조·수입업체는 오는 12월부터 이력추적관리제가 적용되며 1억원 이상인 업소는 2016년 12월부터다. 나머지 제조·수입업체는 2017년 12월부터 적용된다.

제조업체가 스스로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부적합 판정이 나왔을 때는 회수조치를 해야한다는 의무조항도 생긴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행정처분과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제품의 기능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광고하는 사업자는 엄격하게 규제한다. 김솔 건강기능식품정책과장은 “허위·과대 광고에 대한 국민신고 포상제를 운영하고, 사전심의 없이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하다 적발됐음에도 중단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강기능식품 광고심의 제도에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을 표시하거나 광고하기 위해서는 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심의 없이 광고하거나 광고 내용을 바꾸는 사례가 있음에도 제때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고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대광고가 다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시장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광고가 사전심의대로 나갔는지 확인하는 사후 모니터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불합리한 심의 제도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표현을 쓸 수 없다. 다만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질병에 대한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한다. 때문에 사업자들은 건강정보라는 명목으로 제품이 특정 질병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우회광고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것이 건강정보고 어느 것이 제품에 대한 정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한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표현을 허용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대부분이 질병과 연관돼 있고, 예방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도 이같은 표현을 허용하는 것을 고려해봄직하다”고 제안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생산실적은 2013년 기준 1조4091억원으로 품목별 생산액은 홍삼이 5869억원으로 가장 많다. 홍삼, 개별 인정형, 비타민 및 무기질, 프로바이오틱스, 알로에 등 상위 5개 품목이 전체 생산액의 77%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