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주거의 개념보다 자산의 가치로 더 따져왔던 한국의 ‘주거행복’ 점수가 예상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주거 점수는 10점 만점에 2.6점에 불과해 25위였다. 1인당 방 개수를 따져 점수를 매겼는데 가장 높은 점수는 캐나다(10점)였으며 이어 미국(9.7점), 호주(8.7점) 등이었다. 비슷할 것 같은 일본도 6.5점을 받아 12위였다.

34개 국가·362개 지역별로 주민 1인당 방 개수를 놓고 점수를 산출했기 때문에 행복도를 측정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집값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크게 나타날 수 있을텐데 이런 기준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거행복 점수가 낮다는 조사결과를 부인하기가 어렵다. 예를들어 서울 강남구의 경우 크기도 작은 방 3개 있는 소형평수 아파트가 경기·인천지역의 대형평수보다 가격이 두배 더 비싸다. 물론 교육환경 문화여건 교통 등 입지에 따라 지역별 가격차가 생기는 것이야 당연하겠으나, 그 이상을 인정해도 그 차이를 납득하기에는 거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 급증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며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전격 완화했다. LTV와 DTI를 완화한 이유는 대출 더 받아 집을 사고 이로인해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띠고 실물경기를 살려보자는 의미가 담겼음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가고 결국 그로인한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는 뒤늦게 대출 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게 된다. 부동산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한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언제까지 부동산을 자산의 가치로만 판단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이처럼 정책입안·결정자들이 부동산 즉 주택을 경기부양 수단으로만 보는 이상 한국의 ‘주거행복’ 점수는 좀처럼 오르지 않을 것이다. 10여년전 침체된 소비를 살려보겠다며 무차별하게 카드를 발급해 부채를 양산한 ‘카드대란’의 시작은 본래의 가치를 가볍게 여긴 뼈아픈 경험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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