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두고 소상공인과 카드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기준금리가 인하됐으니 카드업계가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며, 카드업계는 기준금리와 카드수수료를 동일선상에서 봐서는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는 중소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마련한 이번 토론회에는 한국외식업중앙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를 비롯한 40여개의 소상공인 연합들이 공동주최로 참여했다. 이들은 카드수수료 인하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18일 김기준 의원은 수수료율 인하를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신용카드수수료율은 가맹점의 연매출에 따라 차등해서 부과하고 있는데, 연매출 기준액은 높이고 수수료율은 낮추자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영세가맹점의 기준을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조정하고, 중소가맹점은 2~3억원에서 3~5억원으로 바꾼다. 수수료율은 영세가맹점이 1.5%에서 1%로, 중소가맹점은 2%에서 1.5%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수수료율 인하의 근거로 기준금리 하락을 들었다. 기준금리가 1.5%까지 떨어지면서 카드사들의 이자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은 2012년 2조2698억원에서 2014년 1조9098억원으로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3056억원에서 2조1696억원으로 66% 증가했다.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알바보다 못한 가맹점주…카드수수료 부담 과중”=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일제히 카드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파리바게트 가맹점주인 이재광 대한제과·외식가맹점협의회장은 경영난에 아르바이트생 급여를 주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매일 아침 7시부터 24시까지 17시간을 근무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돈은 아르바이트생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아르바이트생보다도 못 버는 가맹점주들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인건비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영업시간을 줄여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다른 가맹점주들과 나누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마땅한 기술이 없어 회사 퇴직금을 모두 투자해 창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오르는 임대료, 인건비로 고사 직전이나 투자한 시설비용 때문에 그만 두기가 쉽지 않으며 일을 그만둬도 마땅히 할 일을 찾기도 어렵다”며 “청년들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패한 자영업자들에게 나눠줄 일자리가 있겠냐”고 호소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장은 “카드수수료가 조금씩 나가서 얼마 안 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금보다 더 큰 부담이다. 중소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카드사가 우리의) 목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빨아먹는 느낌”이라고 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김기준 의원의 개정안에 공감하면서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수수료도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위 연구위원은 “카드수수료를 낮추자는 근거 중 하나가 낮은 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인하인 만큼, 추후 금리가 상승하면 카드 수수료율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해야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난색” 정부는 “수수료 시장에…”=카드업계는 영세·중소사업자들의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형 카드사들이 소속돼 있는 여신금융협회 이기연 부회장은 “우대수수료 적용이 안 되는 일반사업장 기준을 현행 3억원에서 5억원까지 높일 경우 전체 가맹점의 94%가 우대수수료 적용을 받게 된다. 단 6%만이 가맹점과 카드사의 협상으로 수수료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현 수수료 체계가 무의미해지지 않느냐”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조달비용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은행과 카드사를 같은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은행과 카드사는 신용공여시간이 다르다. 은행은 수년 단위로 대출이 이뤄지는 반면 카드는 기본적으로 한 달이다. 그러므로 기준금리 인하와 카드회사 수수료인하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올해 인하된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수수료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보다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정부가 카드수수료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가 뭇매를 맞았다. 금융위는 이날 토론에 앞서 “카드수수료는 시장 가격에 관한 사항으로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카드사들이 참여하는 TF가 올해 말에 카드수수료 원가를 조정할 예정이다. 최근의 금리인하 추세 등을 고려하면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의 발표 자료를 배포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약자가 현장에서 땀 흘려 획득한 노동의 대가가 상위 지배층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현상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냐”며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경제학이다. 사회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미 1990년대부터 공론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도 한발 물러섰다. 금융위 신진창 중소금융과장은 “수수료율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개입해 우대수수료 적용을 해주고 있지 않느냐”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경청하고 조치하겠다. 오늘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정책에도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