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사외이사가 기업경영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인사가 아니라 ‘방패막이’용 관료들로 채워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중 38.6%는 국세청 공정위 청와대 등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 출신 사외이사는 30.5%였고 기업 경험을 갖춘 재계 출신은 15.9%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재직기간이 가장 긴 경력과 최고직위를 기준으로 출신여부를 판단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사외이사 62명 중 32.3%인 20명이 관료 출신이었고 현대차는 47명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사외이사들의 출신은 법원, 검찰청,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 권력기관에 집중돼 있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235명 중 법원·검찰이 69명으로 가장 많았고 청와대가 58명, 국세청 등 세무가 41명, 공정위가 17명, 감사원이 5명, 금융감독원이 4명이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관피아 영입에 혈안이 돼 있는 반면 미국은 타사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정도로 재계 전문가 모시기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815명의 출신이력을 CEO스코어가 전수조사한 결과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 74%는 재계 인사였다. 관료는 9.9%, 학계는 7%에 불과했다. 미국 1위 그룹인 월마트는 9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이 재계 출신이었는데, 여기에는 인스타그램 CEO인 케빈 시스트롬, 야후 CEO인 마리사 메이어도 포함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