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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키워드 인터넷광고 규제 필요하다” ‘광고 안볼 권리’ 상세 규정해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 줄여야

기사입력2015-08-28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진=크롬 브라우져의 애드블록 플러스 설치 화면>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등의 웹브라우져 사용자들에게 잘 알려진 ‘Adblock Plus’라는 확장프로그램은 웹사이트에 있는 광고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설치한 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광고란을 사용자가 직접 클릭하지 않는 한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광고를 보지 않기를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하고자 하는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서비스다. 결국 독일의 한 매체사는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독일의 EYE사에게 광고수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이용자의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를 근거로 매체사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는 맞춤형 광고 등 다양한 광고기법이 개발되면서 광고를 피할 수 없게 된 인터넷 시대에 들어 의미가 커지고 있다. 이 권리가 포괄적으로 인정된다면, 인터넷 광고업자들은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관련규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가 인정되고 있을까?

홍익대 법대 황창근 교수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황 교수는 27일 김기식 국회의원과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새로운 유형의 인터넷광고 성장에 따른 입법 정책적 과제’ 정책세미나에서 “우리나라 법에서는 직접적으로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 규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는 스팸규제를 근거로 “불편한 광고성 정보를 보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새로운 유형의 인터넷광고 성장에 따른 입법 정책적 과제’ 정책세미나 자료집>

정보통신망법 제50조는 “누구든지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해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면 그 수신자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광고성 프로그램 설치 시에도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에는 광고성 프로그램을 편리하게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다양한 유형의 인터넷 광고에 대해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인 ‘정보와 구분되지 않는 광고’에 대해서는 이미 정보통신망법 상 규정이 마련돼 있다. 온라인광고사업자는 광고와 광고 아닌 것이 혼동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인터넷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분석해 관련 상품을 노출하는 맞춤형 광고(Targeted Advertising)의 경우, 황 교수는 “이용행태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위치정보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광고 중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광고를 종료할 수 없도록 하는 광고다. 황 교수는 플로팅배너, 키워드 링크 광고, 광고내용과 클릭 시 도달하게 되는 랜딩페이지가 서로 다른 경우 등을 함께 ‘불편 광고’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광고에 대한 규제법률인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이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에서 등장하는 부당광고 유형을 위주로 마련됐기 때문에, 인터넷 광고에 특유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광고와 전혀 다른 내용의 랜딩페이지로 연결하는 광고나, 광고를 종료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불편광고 자체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다는 의미다. 황 교수는 “표시광고법 제3조의 부당광고 유형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광고가 있다면 제3조를 개정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공정위 오행록 소비자안전정보과장 역시 황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오 과장은 공정위가 포털사이트의 검색광고나 대가를 받고 광고성 글을 게재하는 블로거들에 대한 제재를 이미 시행한 바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광고를 보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타케팅, 랜딩페이지, 불편 광고 등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시광고법에서 다룰 사안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를 속이는 광고에 대해 규제하는 표시광고법의 취지에 적합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김인숙 책임연구원은 자율규제와 사후심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인터넷 광고 규제의 활동은 민간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며, 정부는 심의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사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