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소비진작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소비활성화 방안이 단기대책일 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만 세금을 내려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실상은 내년 ‘총선용’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지난 26일 정부는 승용차, 대용량 가전제품 그리고 녹용, 로열젤리, 향수 등의 개별소비세를 연말까지 낮추기로 했다. 또 가구, 시계, 가방, 귀금속 등에 대해서는 과세기준가격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려 과세대상을 축소키로 했다.

이는 메르스 등의 여파로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세수가 줄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게 뻔한데 굳이 대부분 부유층에 한정된 사치성 품목 등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인하할 이유가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소비위축은 외부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임금 등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제자리이거나 줄어든 영향이 크다. 소득이 예전같지 않은데 부자들을 제외하고 어느 일반 가정에서 세금 조금 내렸다고 선뜻 이들 제품을 사겠는가. 결국 개별소비세를 내린 것은 자동차업체 등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감세정책이다. 혹여나 부자들의 지갑을 열어 경제를 살려보겠다며 MB정부 때 실패한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하려한다는 의구심이다. 다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소비활성화 방안이 발표되기 전날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올해 하반기 3%대 성장을 이루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3% 중반 정도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 총선 일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비활성화 방안으로 성장률을 3%로 올려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야당에서 지적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을 차치하고, 소비활성화 방안이 단기처방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가계소득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여 소비를 진작해 장·단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아니라 여당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 해도 할말이 없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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