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라는 회사 이름은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이라는 이름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한때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으로 한국 IT시장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던 회사가 SK컴즈다. 그런데 SK컴즈의 최대주주인 SK플래닛은 지난 26일 SK컴즈의 지분을 IHQ에 매각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새삼스레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의 최후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SK플래닛이 SK컴즈 지분을 매각한 것은 공정거래법 상 규제에 따른 것이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이며, 지주회사인 (주)SK의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인 SK컴즈의 지분을 보유할 때는 일정 요건을 따라야 한다. SK플래닛은 SK컴즈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아니면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핵심은, 규제에 의해서건 어떤 이유에서건 SK그룹이 SK컴즈의 최대주주 자리를 포기할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 그 자체다. SK컴즈가 지금 다음카카오의 위상이었다면 이런 결정이 내려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SK컴즈의 몰락은 모바일 시장으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트온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는 가입자 수 자체가 서비스의 경쟁력이다. 지인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라면 원치 않더라도 네이트온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네이트온은 2000년대 초반 다양한 PC메신저들이 군웅할거하던 시대를 평정하고 2005년 마침내 국내시장 1위 자리를 MSN메신저로부터 빼앗았다.

그러나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는데 게을렀고, 결정적으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개발한 모바일 앱과의 연동에도 소극적이었다. 생태계를 조성할 생각이 없었다면, 직접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기만 했더라면 어땠을까? 짐작일 뿐이지만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후발주자들이 네이트온과의 승부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네이트온은 한때 가입자수 3000만명을 자랑했었고, 기존의 PC 메신저를 모바일에서 연동시키면 PC와 모바일 양쪽 시장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이 그렇다.

싸이월드의 몰락 역시 마찬가지다. SK컴즈는 IT벤처 (주)싸이월드를 2003년 인수하면서 싸이월드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서 2010년 즈음 싸이월드의 가입자 수는 2500만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런 SNS서비스가 모바일로의 전환에 늦은 사이 사용자들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트위터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페이스북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면서 싸이월드는 이제 추억속의 사이트가 돼 버렸다. 결국 싸이월드는 다시 벤처기업으로 분사됐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는 MSN메신저나 프리챌과 같은 당시의 1위 서비스들보다 변화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성공에 이르렀지만, 정작 자신은 공룡이 되면서 이용자들에게서 멀어졌다. 결국 SK컴즈는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셈이다. SK그룹이 SK컴즈를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낼 비전도 역량도 없었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한때의 공룡이 어느새 변화에 뒤쳐져 몰락하는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IT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이나 유통업에서도, 글로벌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 벤처기업에서도 이런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파도와 같아서 앞에 서 있는 자에게는 더 없는 추진력을 주지만, 뒤처진 자에게는 어디로 끌려들어갈지 알 수 없는 공포만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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